서릿발
남편의 건강이 안좋아져서 집에서 다니던 병원으로 가기위해 차를탔다. 차창너머로 초겨울의 들녁엔, 마른 풀들위로 눈처럼 하얗게내린 서리가겨울을 재촉하며 싸늘한 추위를 몰고왔다. 몰고오는건 추위뿐만이 아니였다. 아직 푸르던 잎새들도 그 된서리에 맥없이 폭삭 주저 ..
37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272|2004-11-19
이 가을
계절의 휘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는것중에는 낙엽송 밑에 채곡히 쌓인 낙엽들이다. 하나 둘씩 나뒹굴때는 그 스러지며 내는 소리에 서글픔을 느끼다가 겹겹이 싸여진 모습에선 웬지 편안한 안식처같은 포근함으로 그 자리에 눕고 싶고 안가고 싶은 마음이다. 어린시절 ..
36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169|2004-11-09
가을걷이
아파트 주차장위로 하루가 다르게 낙엽의 숫자는 불어나며 쌓여가는데 가을의 가뭄은 배춧닢을 벌겋게 태우며 빛나도록 눈부신 아름다운 계절로 곱게 익어만 간다. 주변나무들 중에는 상수리나무가 30여 그루 있어서 올해에 도토리를 한 말이나 주워서 어제 방아간에서 ..
35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386|2004-10-27
결실
유난히 무덥던 여름도 훌쩍 가버리고 풀벌레 요란한 가을이 깊어만갑니다. 작열하던 태양을 이겨내며 잘 견뎌준 고추며 콩 은 튼실히자라서, 고추는 한 50근 말려서 20근 정도는 좋은값에 시집보내고, 아직도 주렁주렁 반들거리며 품위를 잃지않고 기개를 세우고 있고, 고구마..
34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242|2004-09-17
막다른길
막다른길 우리아파트 윗층에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이 날마다 오갈데 없어서 벤취에 앉아 계시거나 아파트 입구 버스 타는 의자에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느라 왠종일 서성이며 힘없이 앉아계신다. 가끔 말동무도 해 드리고 더운날 아이스 크림이라도 드릴라치..
33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151|2004-09-13
인생
사월초 옥수수를 심는다. 비가 때 맞춰 내리면 며칠안에 어린잎이 돋아오른다. 사월이가고 오뉴월 ,작열하는 태양아래에서 옥수수는 길다란 팔은 훠이훠이 저으며 더위를 쫒다가지친 나래처럼 축 늘어진 한숨을 쉰다. 그러다 어느새세월의 수염을 달고 알..
32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366|2004-09-07
살아남는자의 몫
굽이쳐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맞기며 파편처럼부딛치는 일상들에조금씩멍들어가는고단한 인생이여, 정신없이 떠밀리며 지나가는 시간속에서 존재가치가 곤두박질하는 삶의 현실을 목적도 꿈도없이 살아있기에 그냥 또 하루를 맞이하며 사는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이 한 목..
31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243|2004-07-21
밭 한뙤기에서
질척거리는밭에 작물을 헤집고 들어간다. 풀잎에 물방울들이 반갑지않게우르르 쏟아내리며 발등을 적신다. 작물 들을 탐닉하듯 들여다보며 오늘은 얼마나 자랐나 세심히 살피고아픈곳이없나 돌아보면 고놈들 새록새록 나의 뜻을 (아프지않고 잘 자라는것)저버리지않고 싱그럽게 성숙하고..
30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340|2004-07-14
비밀
저녁을 먹고있는데 6살 울 손주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네"하며 말하니까. 울 손녀, "너 누구 사랑하니"? 하고 물으니까" 엄마 하고 할머니" 하고대답해서 난 "엄마는 맞는데 할머니는 아니다, 넌 매일 할머니 때리잖아" ..
29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217|2004-07-05
총고백서
아직 교적도 옮기지 않았는데 집앞에있는 성당을 임시로 다니고 있자니, 어느날인가 성령세미나를 한다고 하기에 안그래도 신심이 해이 해 져 있는 상태라 강건한 신앙인이되려고 등록을하였다. 성령세미나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교리공부도 할겸 오랫도록 냉담해서 서툰신앙인으로 제대..
28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211|2004-07-01
맹랑소녀 성장기
싱싱한 오이를 강판에갈아 거즈에싸서 맛사지를 하려는데 울손녀 "할머니 나도 오이맛사지해줘요"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피부가 고와서 안해도 됀다" 하니까 , 얼굴이 타서 해야한단다. 그래야 학교 가서" 00에게 잘 보여야 한다" 며, ㅋㅋ,윽 ..
27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330|2004-06-22
안타까움
태울듯한 뜨거운 햇살에 못견디는건, 사람보다도 피할 수 없이 그 열기를 다 뒤집어 쓰고 땅에 뿌리 내리고 있는 채소들이다. 축축 눌어진 잎들이 견디다못해 이젠 버얼거케 타 들어가고있어 안타갑기가 말이아니다. 몇포기의 물오이와 토마토는 매일 길어다주는 물맛에 튼실하지만 ..
26편|작가: 산난초
조회수: 1,165|200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