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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한뙤기에서


BY 산난초 2004-07-14

질척거리는밭에 작물을 헤집고 들어간다. 풀잎에 물방울들이 반갑지않게
우르르 쏟아내리며 발등을 적신다.

 작물 들을 탐닉하듯 들여다보며 오늘은 얼마나 자랐나 세심히 살피고
아픈곳이없나 돌아보면 고놈들 새록새록 나의 뜻을 (아프지않고 잘 자라는것)
저버리지않고 싱그럽게 성숙하고있다. 물오른 고추며, 가지, 토마토는  토실하니 탐스럽게
영글어가고 가지가 찟어질듯 매달린 고추들이 가는 발목이 부러질까 염려되도록
장맛비를 견디며 버텨내고있다.

소리도 없고 나대지도 않는데 내 마음을 자꾸 끌어당기는 자연의 기운은 내 가슴을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물들이며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힘이있다. 그랬다. 하루 밭엘 갔다오면 힘이솟아난다.

쭉쭉뻗어나는 호박넝쿨은 어디서 그런힘이 솟아나는지 제 반경을 넘어 남의 터전으로
침범하면서 둥지를 틀어간다. 아마도 4~5m는 더 빧어나갈것같아 좁은땅에 틀어줄 곳이없어
뱅뱅 또아리를 틀어준다.
 돈을주고 사다심은것들은 아직 먹거리를 안내주는데 저절로 돋아난 호박은 벌써 몇덩이나
결실로 내주며 존재를 얘기한다 역시 결실을 주는 것에 더 눈길이가고
사랑도 가는것을 보니 나도 역시 속물인가보다.

잠깐 비가그친 사이에 밀 잠자리떼가 수 없이 옥수수밭 위며 고추밭 위를 맴돈다. 어디서 살다가 왔는지
어지러히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제시절 만난듯 유영하고다닌다.
세월은 벌써 일년의 중반을 넘기며 시시때때로 철에맞게 땅위에나 공중에나 주인들이 존재하며
솟아났다 스러지고  다시 솟아나며 제 종족의 번식을 위해 영원을 꿈꾸고 있는가보다.

원하든 원하지않든 자연의 법칙은 어느것도 거스리지않고 다툼도 없이 제 힘만큼 차지하며 살아남기위해
조용히 버티기를 하고있다.

한 평의 땅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모를 잡초들이 꽤나 여러가지들이 어우러져 살고있었다.
민들에처럼 작은 풀씨하나가 엉덩이 비집고 들어앉아 뿌리내리듯 모두가 눈에도 잡히지않는
 엉덩이를 들이대고 꾿꾿히 버티었나봅니다. 어느것도 맘에 들지않는다고 투정부리지않고 다 받아들이는 땅의 넉넉함을
배워봅니다.

내 맘도 누구누구 가리지않고 받아들이며 어루러져 사는 지혜를 배워야할 것같습니다.
외롭다는것도 교만일 것이다는 생각을, 한 평의 땅을 들여다보니 잡초들이 일깨워 줍니다.

영원하지않는 존재이기에 더욱 귀한 것들,  이것이 유한한 생명들의 가치일 것입니다. 오래도록 사는것보다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삶, 유한한 것들에 주어진 명제가 아닐런지,
밭 한뙤기를 얻어부치며 삶의 지혜를 알곡으로 챙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