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얼어 있는 아침
노오란 꽃 한 송이 노랗게 얼어 있다. 당신의 화분안에 꽂히지 못한 마음 한 봉오리도 샛파랗게 얼어 있다. 누군가의 가슴에 닿지 못한 말들이 꽃잎마다 얼어서 데굴데굴 구른다. 꽃잎의 얼굴마다 한 개씩의 눈부신 기억을 배경으로 한 개씩의 아픔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전..
35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50|2003-11-24
머리를 감는다.
머리카락을 더운 물에 푸욱 담구어본다. 먼지와 때들이 히히히 웃으며 거품과 하나가 되어 대야가득 헤엄쳐 다닌다. 내 몸의 껍질이었다가 나를 벗어나 흐르는 시간의 비늘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머리를 감는다. 시방 눈 먼새 한마리 퍼득거리며 날개짓하고 하늘을 향해 떠나지 못..
34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991|2003-11-20
프리즘을 통해서만 보이는 것
프리즘을 통해서만 보이는 가시광선이여! 몇 천번을 굴절하여 나의 눈을 아리게 하는가? 청동조각보다 더 기이한 쓸쓸한 미소를 빚어올리는 몹쓸 놈의 빛의 장난이여! 날카로운 송곳하나 입에 물고 애써 만든 초상화 하나 부욱 찟는다. 프리즘을 통해서만 보이는 거짓..
33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83|2003-11-20
목록표
목록표 .. 볼품없이 비틀어진 땅콩알을 꼭꼭 씹어보아라. 흙냄새 풀냄새 어우러진 느낌 그대의 혓바닥을 간지럽히리니.. 어느 때 배부른 포만감을 젖히고 나른한 시간 심심함을 달래며 그대의 위장속을 슬금슬금 ..
32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06|2003-11-20
해를 노래함
해를 보았네. 머얼리 서서, 흰 얼굴이 푸르다가 붉어지다가 황금색으로 빛나다가 마침내 까맣게 지워져버리는 그런 해 하나를 보았네. 해를 품었네. 이슬보다 작은 입자이다가 하늘보다 더 큰 몸이 되기도 하는 해를 품었네. 온 하늘을 뒤덮는 큰 날개죽지를 두 팔로 꽈악 껴안..
31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12|2003-11-19
먼지가 되고 싶다.
.. 파란 신호등이 몇 번 켜져도 묵묵히 보며 서 있었다. 길을 건너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은 잠시 놓친 시간만은 아니다. 그곳에 소중하게 읽던 책한권을 두고 왔다. 그 곳이 이 지상의 어딘지도 모른다는 것이 날 절망에 빠뜨린다. 그림..
30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13|2003-11-17
사랑의 경전
(마하...넓고 크게 반야... 모든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불법의 이치를 깨닫는 것 바라밀다..지혜의 완성) ...어느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보고 있었습니다. 넓고 큰 사랑의 날개가 모래사장에 내려 앉았습니다. 액자속의 글자를 읽으며 마음은 뜻을 이해하려 애쓰며 2..
29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77|2003-11-13
코골이 철야기도
어제 철야기도의 새로운 체험을 한 다음 체험담 올리려했는데.. 막상 조금만 누워있다가 해야지 한 것이 아침까지 자버렸다. 꿈 속에서 줄다리기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엇다. 운동장엔 줄다리기가 벌어져있고 난 응원하고 그러다 깨어나니 오전 5시 40분. " 꼬끼오 -..
28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79|2003-11-05
내일이 수능 소풍일!
두 딸이 웃긴다. 아니 수험생 맞긴 맞는건지? 쌍둥이라서 늘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비교되는 것 싫어해서 고등학교부터는 떨어져서 공부하더니.. 큰 애가 검정고시합격한 것 언젠가 이 곳에서 얘기한 듯하다. 내일이 무슨 명절 내지는 꼭 소풍가는 기분이란다. 엄마, 나 인생..
27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44|2003-11-04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엮어가..
며칠 전 회사의 교육프로그램중 3분 뉴스란 게 있었다. 그날 하루 뉴스 중 다른 사원들이 안할 만한 것을 고르다보니 "솟대문학"에 2억원을 투척한 시인 구상 선생님의 기사를 소개하게 되었다. 평소에 왠만큼 여러시인의 시를 골고루 읽는다 자부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26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49|2003-10-26
빛깔없는 사랑
이상한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까만색이 싫어졌다. 평소에 제일 좋아하는 3가지 색중의 하나인 까만색이 이유도 없이 싫어진 것이다. 흰색, 하늘색과 더불어 좋아하던 색.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었듯이 싫어하게 된 것도 이 유가 없는 것이다. 아침마..
25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23|2003-10-19
강아지털보다 보드라운 창문
당신의 두 손등위에강아지털보다 보드라운 창문이얹혀 있습니다. 당신은 무심히 창문의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당신의 취미는 일입니다. "잠이 안오면 얼마나 좋을까... 밤새도록 일을 할텐데..." 중얼거리는 당신의 곁에서 ..
24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15|200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