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보았네.
머얼리 서서,
흰 얼굴이 푸르다가 붉어지다가 황금색으로
빛나다가
마침내 까맣게 지워져버리는 그런 해 하나를
보았네.
해를 품었네.
이슬보다 작은 입자이다가
하늘보다 더 큰 몸이 되기도 하는 해를 품었네.
온 하늘을 뒤덮는 큰 날개죽지를
두 팔로 꽈악 껴안았네.
그것은 해의 옷자락에서
떨어져 나온 한알의 유리조각이었을 뿐이었다네.
그를 느꼈네.
뜨겁기만하다가는 싸늘해지고
흐르다가 서있다가
마침내 한개의 시선으로
창백해지는 검붉은 숨소리를 느꼈네.
해를 아는 자는
함부로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네.
한 목숨을 버려야만 해에게 안길 수 있는
현생의
목숨 안 에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기에.
무한량의 에너지와 질량을 품고서
도도하게 허공을 질타하면서
토해낸 긴 한숨을 알고 말았네.
그에게 기댈 수 없네.
해를 향하여 쓰게 웃으려하네.
풀한 포기 꽃잎하나에도
그의 손길닿았음을 알기에
차마
해를 마주 바라보지 못하고
등지어 서려네.
해의 등뒤에서
길게 한 목소리로 노래하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