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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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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는다.


BY 바람꼭지 2003-11-20

머리카락을 더운 물에 푸욱 담구어본다.
먼지와 때들이
히히히 웃으며
거품과 하나가 되어 대야가득
헤엄쳐 다닌다.
내 몸의 껍질이었다가
나를 벗어나 흐르는 시간의 비늘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머리를 감는다.

시방
눈 먼새 한마리
퍼득거리며 날개짓하고
하늘을 향해 떠나지 못하는 이무기 한마리도
머뭇거리고 있다.

머리를 감는다.

풀어 헤치지 못하는
사연을 곱게 빗어 내려
촘촘히
쪽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