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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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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꼭지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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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품없이 비틀어진 땅콩알을 꼭꼭 씹어보아라.
흙냄새 풀냄새 어우러진 느낌 그대의 혓바닥을 간지럽히리니..
어느 때 배부른 포만감을 젖히고
나른한 시간 심심함을 달래며 그대의 위장속을 슬금슬금 기어가리니..

알로에쥬스 한잔 마시어보라.
베어 낸 소나무에서 돋아난 소나무 잎을 짓이겨 마셔 보라.
봄이 시작 되는 첫날에 뾰죽히 올라오는 쑥잎 하나는 어떤가?

주루룩 쉽게 마신 것보다 힘을 다해 씹은 것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이빨로 씹는 것중에서도 황홀하고 고소한 것 보다는
쌉싸름하거나 새콤하거나
진한 미각속에서 오히려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목록표를 작성하자.
씹을 수 없는 단단한 것으로
줄 수 없는 투명한 것으로
길게 길게 작성해보자.
잘라낼 수 없는 심장이란 종이에
흥미로운 글씨로 문어체가 아닌 구술체로 쉽게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써보자.

이런 단어가 될 수도 있다.

철사줄, 초대장, 달력, 코팅지, 엄마의 손, 연한 목소리,
눈 먼자의 기도...

이런 단어가 어렵다면 더 쉽게
하나의 숨소리
소리없는 소리라고
적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