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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고 싶다.
BY 바람꼭지 200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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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신호등이 몇 번 켜져도 묵묵히 보며 서 있었다. 길을 건너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은 잠시 놓친 시간만은 아니다.
그곳에 소중하게 읽던 책한권을 두고 왔다. 그 곳이 이 지상의 어딘지도 모른다는 것이 날 절망에 빠뜨린다.
그림속에 쌓인 숲속의 켜켜로 쌓인 흰눈속에 발작국이 길게 나 있었다. 어느날 전생의 내가 즐겨 찾던 숲길은 아니었을까라고 망상하는 쓸데없는 버릇은 잃어버리고 싶은데 정작 잃어버려지지않고....
차라리 그림속에 갇힌 여인이 되고 싶었다. 눈도 귀도 아무 생각도 없는 한알의 먼지가 되고 싶었다.
풀석거리는 먼지조차 소중하게 보듬어 줄 그런 사람의 옷자락에 파묻힌 가엾은 먼지이고 싶다.
얼마나 가벼우랴? 얼마나 소중하랴?
눈에 드러나지 않는 영혼의 부피만큼이나 가벼운 먼지가 되고 싶다. 털어도 털리지 않는 정말로 미세한 보이지 않는 먼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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