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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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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털보다 보드라운 창문


BY 바람꼭지 2003-10-11

 

당신의

두 손등위에  강아지털보다

보드라운 창문이 얹혀 있습니다.

 

당신은 무심히 창문의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당신의 취미는 일입니다.

 

"잠이 안오면 얼마나 좋을까...

밤새도록 일을 할텐데..."

중얼거리는 당신의 곁에서

 

"어쩌면  당신은 잠이 그토록 잘오세요? 나의

불면을 당신에게 선물로 드릴까요? "

묻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당신이 애완하는

포메라니언의 노란색 털이

한 올씩 날리고

그 강아지 털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까만 희망을 품는 여인에게

나는 증오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여인은 아무 말없이

당신의 강아지를 시름없이 쓰다듬으며

정물화가 되어갑니다.

 

아직도 당신의 취미는

일입니다.

 

영원히 열 수없는

강아지털보다 보드라운 창문을 손등위에 달고

 시지프스처럼 시간의 공을

굴리는 당신은

내 목젖에 걸린 참지 못할

기침같은 버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