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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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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얼어 있는 아침


BY 바람꼭지 2003-11-24

노오란 꽃 한 송이
노랗게 얼어 있다.
당신의 화분안에
꽂히지 못한 마음 한 봉오리도
샛파랗게
얼어 있다.

누군가의 가슴에 닿지 못한
말들이
꽃잎마다 얼어서
데굴데굴 구른다.

꽃잎의 얼굴마다
한 개씩의 눈부신 기억을 배경으로
한 개씩의 아픔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전 까지도 난 몰랐다.

얼어있는 꽃의
볼에서
다 지워내지 못한 여인의 화장자국을 보았다.
다 떨쳐 내지 못한
눈물자국을 보았다.

꽃 한송이를 화분으로부터
잘라 온 것은 누구인가?
철가위였을가?
가위를 쥔 손이었을까?
가위를 쥐게 한 어떤 게슴츠레한 의도였을까?

얼어 붙은 꽃잎 하나 소생시키지 못하면서
싹뚝싹뚝 꽃을 자른자는
이 아침 참회할 일이다.
얼어 있는 마음 조각을 향해
두 손 모아야 할 일이다.

꽃은 꽃 그대로 두어라!
어여쁜 마음은 어여쁘게 그대로 두어라!
향하는 발길 그대로 걷게 하라!

꽃이 얼어 있는 아침도
그대로 아침의
가슴안에
남겨 둘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