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극심한 우울증을 앓는 20대 여성의 조력 자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491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엮어가는 영원!


BY 바람꼭지 2003-10-26

며칠 전 회사의 교육프로그램중 3분 뉴스란 게 있었다.

그날 하루 뉴스 중 다른 사원들이 안할 만한 것을 고르다보니 "솟대문학"에 2억원을 투척한

시인 구상 선생님의 기사를 소개하게 되었다.

평소에 왠만큼 여러시인의 시를 골고루 읽는다 자부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 대표급시인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그 기사를 짧은 시간에 소개하고 구상시인에 대해 존경심과 궁금증이 생겼는데

10월 24일 신문기사에  그분을 기념하는 구상문학관 1주년 행사가 10월 25일 오후 두시에 한다는 걸 보았다.

24일날 그 기사를 접할 때가 저녁시간이었는데 날짜를 잘 못 알고 25일로 착각하고

아쉬워했었다.

 

그리고 어제다.

아는 집에 들러서  인터넷에서 구상시인이 현재 투병중인 가운데 남긴 유언시란걸 복사해서

인쇄까지하고 왜관의 동생집에놀러가기로 했다.

모처럼 만나는 동생에게 뭘 사들고 갈까하다가 얼마전 출산한 아기 淳模의 분유 두 통을 사니 거금이 달아났다.

우리 아이들 키울 때 이 삼천원 하던 것이 분유 한 통에 만원이 넘을 줄이야..

 

이상하게도  또 다른 아는 집에 들렀더니 그 분 말씀이 자기친구가 구상시인의 시를 늘 붓글씨로 쓰곤 한다는 얘기와  노시인의 딸이 "건달"이란 책을 냈다고 얘기하는 데

그 순간 어제가 바로 25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이 오후 1시였다. 왜관 구상기념관1주년 행사는 2시 30분이고..

부랴부랴 11번 버스를 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 곳을 찾았고

행복한 한순간을 나의 영원으로 무사히 만들 수 있엇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분의 시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 자기가 앉아있는 자리가 꽃자리 "라는 귀절 이다.

 

여기 나의 컴퓨터가 움직이는 이 자리가 꽃자리가 될 수 있을까?

나만의 향기를 과연 발산할 수 있을 까?

영어며 독일어며프랑스어, 일어등으로 번역된 그 분의 정신세계에 대해 내가 여기서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조금만 신경써서 찾아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제의 행사에서 느낀 햇빛 한자락, 청자빛 하늘 한조각만으로 난 충분히 행복했다.

울고 싶을 만큼 삶이 소중하고 시간이 소중하고 만남이 소중함을 느꼈다.

울산에서 오신 개량한복의 자연염색이 잘 어울리는 한 여인도 알게 되었고

도립도서관에서 만나자는 나를 닮은 책을 좋아하는 동지들도 만났다.

동생집에 어둑어둑해서야 들려 짧게 동생과 만나야했지만 밤늦게 집에 오는 길이 전혀 무섭거나 외롭지 않았다.

이 꽃자리에 감히 선생님의 유언장의  끝부분 한귀절을 옮겨 본다.

......

그래서 나는 죽고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한다.

마음이 가난한삶을 살아야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한다.

 

 

오늘 가족을 위해 청국장을 끓일 때 보글보글 끓는소리에서 영원을 느끼며 길섶 코스모스 한송이와도 교신하며 따뜻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

여기 이 꽃자리에 점점이 수놓는 순간도 영원의 흐름으로 여울져 흐르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