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마음안 거대하게 자리잡은 산을, 아니 당신을, 가을 텃밭의 무우 하나 쑤욱 뽑아내듯 뽑을 수는 없는가! 어제까지 아침이 너무 길었다. 마음안 산을 지긋이 바라보며 바라보고 있는 또 하나의 나는 깊은 그 산중의 작은 조약돌이..
23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27|2003-10-09
정말 몰랐어.
막내<고2>가 모의고사에서 사회과목을 잘 쳤다고 며칠전 자랑하길래. 잘했어, 어쩐지 요즘 막내가 공부 열심히 하더라 하며 맞장구 쳐 주었고.. 내 칭찬에 기분 더욱 좋아진 막내왈, 수학과 영어만 좀 더 받쳐 주면 반에서 몇등안에 든다는데. 여기서 반..
22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85|2003-10-04
비틀거리는 꽃나무
한낮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되어 비틀거리는 여인을 보았답니다. 어머머, 왜 저러니! 깔깔대고 웃다가 비수에 찔린듯 후들후들 다리가 떨려 왔습니다. 술에 취한 빠알간 원피스의 그 여인은 잠시후면 술에서 깨어나 언제 갈짓자걸음을 걸었느냐면서 하이힐을 또각..
21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93|2003-10-02
벚꽃나무의 작은 흔들림
벚꽃 나무의가벼운 흔들림 바람이 불어 온다면 조금씩 가벼운 몸짓으로 흔들리자. 뿌리를 감돌아 흐르는 핏방울들이 연분홍색으로 요염하게 물드는 날, 켜켜로 쌓아둔 비밀스런 말들을 풍선처럼 하나하나 흩어버리자. 나무 한..
20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18|2003-09-30
달력
달력 더 이상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지마라. 앞으로 어떤 기념일도 없나니.. 있다면 굶주린 늑대가 호시탐탐 노리는 삶의 빈 터를 맨손으로 지켜낼 강인한 의지력뿐, 민들레의 강인한 흡인력으로 쭈욱 빨아들여야할 봄햇..
19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495|2003-09-30
복숭아여!
작가 : 바람꼭지 복숭아여! 기억이 난다. 봄이었고 내 나이 다섯 혹은 여섯이엇다. 밑의 집의 동갑내기 정임이와 우리집 복숭아 밭에 갔다. 복숭아밭은 하보고개 라는곳 가까이 있엇다. 하보고개는 나환자 촌 옆..
18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641|2003-09-30
양력 9월 27일은 ...
엄마, 9월27일 무슨 날이야? 막내딸이 묻는 의도는 뻐언하다. 자기 생일을 축하해달라는 것? 고등2학년쯤 되면 생일같은 거 무관심할때도 된듯한데.. 못들은 척하고< 엄마, 토요일이라서 회사안가는 날이라 부업일해야된다> 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
17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51|2003-09-30
내일
선생님, 그 옛날 일곱살 때 시계보는 법을 잘 가르쳐주셨죠. 늘 현재라는 시간만 충만하리라던 착각에서 헤어나 오늘 , 내일, 기다란 손가락으로 헤아려보지만.. 열 손가락틈을 모래알처럼 흘러내려서 한 꺼풀도 움켜 쥘 수 없는 안타까움에 시간의 물기둥위에 서서 이렇게 중얼..
16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529|2003-09-21
분홍색 꽃나무
외할매가 시방 싸리나무 울타리를 밀치고 들어섭니다. 삐이걱 소리에 하얀 도라지꽃 보라색 도라지꽃이 바다처럼 촤르르 펼쳐집니다. 난 일곱살 소녀가 되어 꼬옥꼭 숨었습니다. 왠 노랑나비떼들이 장독옆의 빈 터를 온통 칭칭 감는군요 송월선님, 하얀 한복의 동백기름 발라 ..
15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2,421|2003-09-20
분홍색 뜰
시방 외할매가 싸리문을 밀치고 들어서시네. 하얀 도라지꽃, 보라색 도라지꽃 바닷물처럼 출렁이네.. 어디서 노랑 나비 무리지어 나타나 장독대를 휘휘 감도네 송월선님, 비녀머리 곱게 빗으신 한복차림의 여인이여! 삼십에 요절한 외삼촌의 산소에서 노란 산국화 한뿌리 한뿌리 장..
14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955|2003-09-20
발아< 어린 딸에게>
싹이 튼다 느릿 느릿 황소 걸음으로 싹이 튼다 먼지 보다 작은 씨앗속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이 마침내 드러난다. 아가의 붉은 잇몸을 힘차게뚫고 솟아나던 그토록 하얀 이를 처음 보던 그때의 전율로 소스라친다. 네가 드디어 부서진 콘크리트를 헤치고 내 발치에 왔도다. 느릿 ..
13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713|2003-09-15
마찰음에 대한 보고서
마찰음에 대한 보고서 부엌 어느 구석에 잘 쓰지 않고 버려둔 알루미늄 냄비의 밑바닥을 숟가락으로 긁어 보렴. 아마 까맣게 타버린 원망같은 것이 굉장한 마찰음으로 널 놀라게 할 것이다. 아니면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종이가 있다면 그종이를 ..
12편|작가: 바람꼭지
조회수: 1,740|200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