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매가 시방 싸리나무 울타리를 밀치고 들어섭니다.
삐이걱 소리에 하얀 도라지꽃 보라색 도라지꽃이 바다처럼 촤르르 펼쳐집니다.
난 일곱살 소녀가 되어 꼬옥꼭 숨었습니다. 왠 노랑나비떼들이 장독옆의 빈 터를 온통 칭칭 감는군요
송월선님, 하얀 한복의 동백기름 발라 곱게 빗은 비녀머리가 단정했던 여인! 서른 두 살의 잘 생긴 사진 액자안에 남겨 둔 외삼촌생각이 날때마다 한포기씩 산에서 움켜 쥐고 오셨던 자잘한 노란 꽃들, 언젠가부터 도라지꽃도 봉숭아꽃도 분꽃도 보이지 않던 꽃밭의 갈색아닌 사각의 하얀 흙을 퍼담아 오늘 둥두렷이 꽃 한포기 심네요.
내가 심은 꽃나무는 물을 안주어도 되는 그리움의 분홍색 꽃나무, 외할매의 매웁도록 노오란 아픔을 캐내고 고옵게 치장할거예요. 사진액자의 먼지조차 예쁘게 보이는 어느새 산국화의 계절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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