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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꽃나무


BY 바람꼭지 2003-09-20

외할매가
시방 싸리나무 울타리를
밀치고 들어섭니다.

 
삐이걱 소리에
하얀 도라지꽃 보라색 도라지꽃이
바다처럼 촤르르 펼쳐집니다.

난 일곱살 소녀가 되어 꼬옥꼭
숨었습니다.
왠 노랑나비떼들이 장독옆의 빈 터를
온통 칭칭 감는군요

송월선님,
하얀 한복의 동백기름 발라 곱게 빗은
비녀머리가 단정했던 여인!
서른 두 살의 잘 생긴 사진 액자안에  남겨 둔
외삼촌생각이 날때마다 한포기씩 산에서 움켜 쥐고 오셨던 자잘한  노란 꽃들,
언젠가부터
도라지꽃도 봉숭아꽃도 분꽃도 보이지 않던
꽃밭의 갈색아닌  사각의 하얀 흙을 퍼담아
오늘
둥두렷이 꽃 한포기 심네요.

 
내가 심은 꽃나무는 물을 안주어도 되는
그리움의 분홍색 꽃나무,
외할매의  매웁도록 노오란 아픔을 캐내고
고옵게 치장할거예요.
사진액자의 먼지조차 예쁘게 보이는
어느새 산국화의 계절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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