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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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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어린 딸에게>


BY 바람꼭지 2003-09-15


싹이 튼다

느릿 느릿
황소 걸음으로 싹이 튼다

먼지 보다 작은 씨앗속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이 마침내 드러난다.

아가의 붉은 잇몸을 힘차게뚫고
솟아나던
그토록 하얀 이를 처음 보던 그때의 전율로
소스라친다.

네가 드디어
부서진 콘크리트를 헤치고
내 발치에 왔도다.

느릿 느릿
천천히 왔지만 가장 제 때에
왔구나.

부드러운 황토흙도 손 쉬운 모래흙도
아닌 쇠망치로 두드려도도 부숴지지 않던
콘크리트를 뚫고

어리석음을 깨뜨리는
용기로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