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지마라.
앞으로 어떤 기념일도 없나니..
있다면 굶주린 늑대가 호시탐탐 노리는 삶의 빈 터를 맨손으로 지켜낼 강인한 의지력뿐,
민들레의 강인한 흡인력으로 쭈욱 빨아들여야할 봄햇살을 오드득 깨물어볼뿐,
아무런 감성을 수놓을 더 이상의 기념일은 없나니..
있다면 일초 일초가 쓰라림으로 푸욱 고아내린 뼈다귀국을 팔월 염천에도 후루룩 들이마시며 땀을 벌뻘 흘려야한다는 것을,
시래기 한건지 젓가락에 집혀지면 다행이란 돼지고기 한 점 씹으며 힘을 내야한다는 것을,
더 이상 달력에 동그라미는 치지마라.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살아있음의 황홀한 기념일로 삼아 푸르른 바닷길을 열듯 하얀 달력을 제대로 펄럭거리게 바람벽에 걸어두라.
<즉흥시>..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2003년 8월 7일 저녁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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