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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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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BY 바람꼭지 2003-09-30

    달력
더 이상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지마라.

앞으로 어떤 기념일도 없나니..


있다면 굶주린 늑대가 호시탐탐 노리는
삶의 빈 터를 맨손으로
지켜낼 강인한 의지력뿐,

민들레의 강인한 흡인력으로
쭈욱 빨아들여야할
봄햇살을 오드득 깨물어볼뿐,

아무런 감성을 수놓을 더 이상의 기념일은 없나니..

있다면 일초 일초가 쓰라림으로
푸욱 고아내린
뼈다귀국을 팔월 염천에도
후루룩 들이마시며
땀을 벌뻘 흘려야한다는 것을,


시래기 한건지 젓가락에 집혀지면
다행이란
돼지고기 한 점 씹으며 힘을 내야한다는 것을,


더 이상 달력에 동그라미는 치지마라.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살아있음의 황홀한 기념일로 삼아
푸르른 바닷길을 열듯
하얀 달력을 제대로 펄럭거리게 바람벽에 걸어두라.



<즉흥시>..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2003년 8월 7일 저녁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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