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길을 나섰다. 바람을 만났다. 눈을 감는다. 팔을 벌린다. 바람은 내게로 와서 나를 만진다. 귓불을 간질이고 콧날을 미끄러져 목선을 따라 가슴 속으로 바람은 스며든다. 몸은 바람에게 통째로 맡겨져 있다. 그러나 속살거리는 바람의 소리를 나는 듣지 못한..
108편|작가: 선물
조회수: 2,287|2005-09-01
장
파리 한 마리가 말썽이다. 조금 전에도 눈앞에 어른거리던 것이 잡으려는 순간 사라진다. 투명보자기라도 뒤집어쓴 것 같다. 팔순 어머님의 미간은 찌푸려져 잔주름으로 가득해진다. 파리를 잡으려다 자칫 어머님이 먼저 쓰러지실 판이다. "제가 잡을게요. 어머님은 그냥 들어가세..
107편|작가: 선물
조회수: 2,114|2005-07-23
멋진 여자
누가 보아도 예뻤을 것 같은 때가 내게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한 때는 그러할 테지만 여하튼 나의 한 시절도 그렇게 꽃을 피웠다.당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나름대로 콧대 높은 여자이고 싶었고 세상이 제법 만만하게 생각되기도 했다.앞날에 꿈만 화려하게 펼쳐져 ..
106편|작가: 선물
조회수: 2,203|2005-06-28
가족, 그리고 친구
길거리에서 뛰어노는 두 아이를 만났다. 한 쪽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두 아이는 참으로 많이 닮아서 형제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잠시 웃음이 나왔다.'참 신기도 하지, 같은 핏줄이라고 어쩜 저리도 빼 박은 듯이 닮았을까.'그 중에 형이 되는 아이를 나는 알고 있다..
105편|작가: 선물
조회수: 2,049|2005-06-21
엄마, 엄마들...
둘째 아이 학교 학부모모임에 다녀왔다.엄마들과 얼굴을 익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겠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늘 그런 것처럼 아이들 학원이야기나 친구관계 등에..
104편|작가: 선물
조회수: 1,827|2005-04-12
엄마 반성문
부모가 되어 자신의 분신 같은 자녀가 사랑스럽지 않은 이는 없을 거예요.그러나 자녀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그만큼 사랑 받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사랑이 가슴 속에 큰 샘을 만들고 있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자녀는 늘 사랑에 목말라 할 것입니다.사랑은 주기 전에는 ..
103편|작가: 선물
조회수: 1,898|2005-03-29
아름다운 손
어제부터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삼일 전례가 시작되었습니다.예수님 수난받으심을 기억하며 사순시기를 보내는 것입니다.그래서 어제 미사 때는 세족례 예식을 치루었지요.‘발을 씻어주는 예식(세족례)'은 예수께서 최후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기념하는 ..
102편|작가: 선물
조회수: 1,965|2005-03-25
말
며칠 전 좋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귀는 두 개요, 입은 한 개라...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라는 뜻이라는데 그 동안 단순한 소리, 그 이상의 깊은 울림으로 내 귀를 젖게 했던 말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그것은 좋은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말을 새겨들을 혜안..
101편|작가: 선물
조회수: 1,736|2005-03-22
날개를 달아주며
상사병이 따로 없다. 요즘 내 모습을 보노라면 영락없는 상사병 환자이다. 혹시라도 전화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맘에 두근두근 가슴은 방망이질하고 보고싶은 그리움은 주체못할 눈물을 부른다. 그런 때면 한끼 밥조차 먹기 힘들만큼 목이 메인다. 누군가를 이토록 아픈 가..
100편|작가: 선물
조회수: 1,894|2004-12-30
허공에 떠도는 마음들...
마음이 아프다는 표현들...그저 상징적인 표현으로서의 아픔이 아닌 실제로 느껴지는 진짜 아픔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정말로 몸까지 아프게 만듭니다.나를 아프게 하는 생각들에서 잠시 물러나 있으려 해도 어느새 묵직한 것이 다시 명치끝에 걸리며 결국은 그 아픔으로 되돌아오..
99편|작가: 선물
조회수: 1,778|2004-10-21
아버지, 그리고 회초리
어린 시절, 집 앞마당에는 나무들이 많이 심어져 있었다. 그 중 과실수였던 석류나무가 특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짙은 붉은 색 석류열매는 복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제대로 익으면 입을 떡하고 벌려준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발그레한 빛 곱게 비치는 투명한 석류 알이..
98편|작가: 선물
조회수: 2,398|2004-10-18
사랑이란 이름의 꽃
가까운 분 중에 꽃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 계시다. 그 분의 베란다는 언제나 꽃향기로 그득하다. 초록과 어울린 화려한 색깔의 꽃들은 길다란 사각의 베란다를 마치 고운 물감 흩뿌려놓은 도화지처럼 아름답게 수놓는다. 거실에서 베란다를 보고 있던 내 눈길은 홀린 듯 어느 새 ..
97편|작가: 선물
조회수: 2,165|2004-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