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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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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BY 선물 2005-09-01

 

길을 나섰다. 바람을 만났다. 눈을 감는다. 팔을 벌린다.

바람은 내게로 와서 나를 만진다.

귓불을 간질이고 콧날을 미끄러져 목선을 따라 가슴 속으로 바람은 스며든다.

몸은 바람에게 통째로 맡겨져 있다.


그러나 속살거리는 바람의 소리를 나는 듣지 못한다.

이 바람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나는 묻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얼핏 든다.


바람 따라 가려면 내가 아주 가벼워져야 한다.

나를 비우고 비워 내가 바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땅을 딛고 선 내 발은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모른다.


가던 길 멈추고 눈을 감고 팔을 벌린 내 모습은 좀 유별나 보였으리라.

그러나 오전의 어느 한 시간, 내가 서 있던 그 곳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몇 초간의 시간만 흘렀을 것이다.

그 사이 나는 한 바람을 보내고 또 다른 바람을 맞았다.

내 무게로 인해 그 어느 바람도 따라갈 수 없는 나는 그렇게 계속 낯선 바람을 만나야 했다.


인연도 바람을 닮은 듯 하다.

나는 언제나처럼 그 곳에 서 있고 사람들은 나를 스쳐간다.

그들도 나를 만진다.

눈빛을 매만지고 생각을 쏟아 붓고 시간으로 나를 길들인다.

길들여진 나는 어수룩한 몸짓으로 그들 앞에서 덩실 춤춘다.


그러나...

그래, 인연은 바람인 것을...

나 또한 집착이고 고집인 것을...

그들은 가고 나는 남는다.

그리고 또 다른 인연이 내게로 다가와 나를 감싼다.


감당치 못할 내 무게는 점점 나를 가라앉히고

어느새 나는 텅 빈 가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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