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지혜롭기
몇 해 전의 일이었다. 둘째 아이가 자꾸만 버릇없이 행동해서 나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옆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믿거니 하고 더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괘씸하지만 차마 어른들 계신 앞에서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살살 구슬려 일단 방으로 데리고 들어 ..
59편|작가: 선물
조회수: 1,981|2003-11-20
풋사랑과 문집
서울 와서 처음 살았던 잠실 5단지는 대단지 아파트였다. 당연히 학생들도 많아서 주민들은 관리사무실 위에 독서실을 마련해 달라는 건의를 했었다. 그 덕분에 고 3 내내 가까운 독서실을 저렴하게 이용하게 되었다. 공부는 대충 한 것 같은데도 독서실은 참 열심히 다닌 기억..
58편|작가: 선물
조회수: 1,995|2003-11-17
남편의 뒷모습
"재떨이 갖다 줘!" 남편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려 왔다."응? 애더이?""뭐?""애러리?""뭐라구?""배터리!""푸하하...재떨이!""나 안해!"며칠째 우울해 하고 있는 남편을 어떻게 해서든 웃겨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재떨이를 가져 오라는 남편의 말에 지난 밤 함께 ..
57편|작가: 선물
조회수: 1,846|2003-11-15
세상과 함께 빙글빙글
여러 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 몹시 바빴던 하루였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중 1인 큰 아이까지 나를 종종걸음치게 만들고 만다. 가뭄에 콩 나듯 그렇게 드물게 울리는 내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보호자 확인을 한 통신표를 학교로 가져다 달라는 내용이었다...
56편|작가: 선물
조회수: 2,020|2003-11-05
유턴할 수 없어요.
13년 전, 나는 대단한 면허증 하나를 취득하였다. 웬만한 박사님들도 단 번에 합격하기 어려운 면허증. 바로 운전면허증이다. 내가 등록한 운전연습장의 쿠폰에는 40여 회 이상 연습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나는 고작 18번만 연습하고 경험 삼아 응시한 첫 번째 시험에서..
55편|작가: 선물
조회수: 2,074|2003-10-18
나를 물들이고 싶다.
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호수가 내 시야에 잡힌다. 햇살 머금은 수면은 보석 가루를 뿌려 놓은 듯 잔잔하게 반짝이고 하늘 빛깔 따라 물 빛깔도 새롭게 옷 갈아 입는다. 가끔씩 여유가 생기면 그렇게 멍하니 창 밖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내 눈길은 어느 새 호수를 따라 걷..
54편|작가: 선물
조회수: 1,979|2003-10-15
안을 수 있는 고통은 차라리..
아침에 신문을 펼쳐 보았습니다. 제 눈길은 가족 사진 한 장이 실린 기사를 따라 갑니다.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였습니다. 그 가족들의 표정은 정말 꾸밈없이 밝아 보였고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정말 밝아 보였..
53편|작가: 선물
조회수: 2,082|2003-10-07
`우리'가 되면 이리도 이쁜..
며칠 전부터 아침이면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짝 살짝 남몰래 드리는 기도가 있었다. 차마 밝히기 부끄러운 기도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야구 선수 이승엽의 홈런 아시아 신기록수립에 대한 기원이었다.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한다면 실상 할 말이 더 많아진..
52편|작가: 선물
조회수: 1,932|2003-10-04
노년의 나에게 쓰는 편지
안녕? 나는 네가 얼마나 잘 지내고 있을 지가 참으로 궁금하구나.65세 이상을 노년이라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의 나로부터 적어도 25,6년의 세월이라는 강을 헤엄쳐 나아가야 너를 만나게 되는데 아마도 지금의 너에게는 지나온 그 시간이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51편|작가: 선물
조회수: 2,204|2003-10-02
가을의 유혹
하늘이 시리도록 푸릅니다.그 덕분에 구름까지 눈부신 솜털이 됩니다.가을이 나를 이렇게 들뜨게 하네요.조금씩 불어 오는 바람이 제 뺨을 살짝 스칩니다.스친 듯 스치지 않은 듯...시침을 떼지만...그러나 저는 압니다.그 묘한 감촉을 한껏 즐깁니다.생각이 없는 제 머리카락..
50편|작가: 선물
조회수: 2,181|2003-09-30
이제 좋은 얼굴을 갖고 싶다..
누군가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여자는 거울을 보면서도 인생을 느낀다. 거울을 통해 때로는 만족도, 불만족도 느끼게 되는데 보통 절대 만족이나 절대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도 절대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 스스로에게는 차라리 다행이지만 반대..
49편|작가: 선물
조회수: 2,928|2003-09-29
無慾이 주는 평화
나름대로는 스스로를 비교적 순한 편이라도 믿고 있는 나도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고 함부로 대하는 대상이 있는데 바로 내 소중한 아이들이 그 대상이다.여기 저기서 받게 되는 갖가지 억눌림 들을 혼자서 잘 삭이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들을 모두 아이들에게 분출하고 있..
48편|작가: 선물
조회수: 2,034|200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