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늘은 아파트에서 기다리지 않았다. 어제 골목길에서와 육교 밑에서의 작업이 끝났으므로 오늘은 학교 옆 담장에서 기다릴 것이다. 학교 옆 담장 끝에 건물과 건물 사이를 막아서 설치해 놓은 작은 꽃집이 있다. 도매가 아니라 아침부터 바쁘지도 않은데다 요즘은 새학기나 행사가 ..
8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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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직 새벽 바람이 차다. 여섯시부터 아파트 근처 은행나무 아래에서 그 남자가 나오길 기다렸다. 간간이 출근 차량이 지나간다. 조금 지나자 그 남자가 나오면서 아파트 경비 아저씨한테 인사를 한다. 한손엔 역시 신문지가 들려있다.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가장..
7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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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지난번에 오셨던 아줌마 친구분요..." 발에다 힘을 주고 신발이름을 정교하게 박으며 옆자리 박 아줌마에게 말을 건넨다. 한시간 늦었더니 신발 상표 박는 일이 많이 밀렸다. "내 친구? 누구?" 운동화에서 실밥을 뜯고있던 박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본다. "왜, 지난번에..
6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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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내가 언니땜에 못살아! 이걸 아직도 안 먹었어? 그럼 반찬도 다 버렸겠네!" 혼자선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걸 아는 수영이가 반찬을 해 가지고 들러서 걱정을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 사 놓고 간 봉지쌀을 보고 하는말이다. "회사에서 먹고 오잖아. 그러니까 다음부턴 그..
5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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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삼촌의 밤 버릇은 그 후로 계속 되었다. 내 옆에 와서는 이불 밑으로 아직 자라지도 않은 내 젖가슴을 만지거나 내 다리를 아래 위로 쓸어 내리기를 반복할 때, 그때마다 나는 이불을 꼭 깨물며 엄마를 생각했다. 조금만 참으면 데리러 오겠지... 그러나 삼촌은 너무 욕심을..
4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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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엄마가 나와 수영이를 데리고 할머니네 집으로 들어간 건 열두 살 겨울이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몇푼 안되는 보상금으로 알음알음 빼먹다, 옆집에 가서 빗자루 하나 빌릴 줄 모르는 엄마가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죽기 전엔 들어가기 싫었다던 할머니네였다.그..
3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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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물론 그후로 자주 마주쳤다. 어떤날은 육교 올라가기 전에 만났고 어떤날은 육교 건너가서 만났고 또 주택가나 도화초등학교 앞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 남자도 내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매일 마주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법이니까. 난 내 의..
2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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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늘부터는 십분 늦게 집을 나서기로 했다. 그 남자와 마주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계획대로 일을 해 나가기 위해선 될 수 있는 한 이쪽의 노출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에서다. 운이 나쁘면 육교나 수퍼마켓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 앞당겨도..
1편|작가: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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