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74

[제6회]


BY 안개 2001-11-29

"지난번에 오셨던 아줌마 친구분요..." 발에다 힘을 주고 신발이름을 정교하게 박으며 옆자리 박 아줌마에게 말을 건넨다. 한시간 늦었더니 신발 상표 박는 일이 많이 밀렸다.
"내 친구? 누구?" 운동화에서 실밥을 뜯고있던 박 아주머니가 나를 빤히 본다.
"왜, 지난번에 왔던, 보험 한다는..."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프레스에서 나는 스팀소리에 목소리가 높아진다.
"왜? 보험들려구?" 내 말에 아줌마는 반색을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랫다고 저녁에 만날 약속을한다.
내가 원하는 건 그 남자의 신상명세서다. 며칠 전 보험한다는 아줌마 친구가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면서 나이며 직업,가족관계를 작성하는 고객카드를 써 준 생각이 났다.
재해성 연금보험을 하나 들어주고 부탁을 하자 자신에게도 유리한 일이므로 얼른 승낙을 한다.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친구가 어떤 사람을 사귀는데 유부남 같아서 라고 했더니 마치 한 여자 일생을 구해주는 것처럼 비장한 각오를 보인다.
생김새와 건물 위치를 설명해 주었다.
아줌마가 가져온 고객카드는 모두 세 장이었다. 세 명중에 한 사람은 암 보험도 들었다며 아줌마는 도리어 나에게 고마워했다. 그 중엔 결혼 안한 남자도 있었는데 건설 회사 과장이라고 했다. 나머지 두사람 중 한 사람은 중국집 주방장이었고 또 한 사람은 중국집 주인이자 배달하는 사람이었다. 다리를 저는 사람은 신동양 주방장이라고 했다.
송우섭. 37세.본인.
인천시 남구 도화 1동 신태양 아파트 나동 202호.
직장 761-2873 자택 837-1836
심재숙. 35세. 배우자. 주부
송지혜. 6세. 딸
송재민. 4세. 아들

표면상으론 아무 문제없는 가정이지만 여섯 살 짜리 딸이 있다는데 대해서 분노를 느꼈다.
미친놈. 딸이 있는데 그런 짓을 해서 어린아이들을 부끄럽게 하다니.

신태양 아파트는 도화초등학교에서 버스로 이십여분 거리에 있다.
남편께서 아이들 이름으로 소아암 보험을 들었는데요, 선물을 좀 드릴려구요.
문이 열렸다. 이십 여평 되는 집안은 그런대로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들고 간 어린이 장난감을 들여 놓는다.
남편께서 가정적이신가 봐요, 애들에게 관심도 많구.
내 말에 활짝웃는 얼굴이 민망해 고개를 숙였다.
보험 들었다는 얘긴 못들었는데...술,담배 안하고 집에 일찍와서 다 좋은데 말을 통 안하니...
이렇듯 평범한 여자가 남편 때문에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무슨 큰 죄라도 짓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약해진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신발장이 조금 열린 틈으로 남자 구두가 보인다. 확 열어젖혀 바닥에 동댕이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당신한텐 모범인 남편이지만 밖에서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