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나라 물려주기
제목: 흐린 나라 물려주기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자르려 미장원에 갔다. 빨강, 노랑머리의 아가씨들이 인사를 하며 의자에 나를 앉힌다. 뚱뚱한 몸을 의자에 맡긴 채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거울 속에 어색한 모습의 아줌마가 나를 쳐다..
34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74|2007-09-15
향기
제목: 향기 먼지가 쌓인 이불을 마당에 털고 있는데 수다스러운 아줌마의 목소리처럼 전화기가 울렸다. 뛰어가 받았더니 포항에 사는 큰 언니의 전화였다. 수화기를 타고 언니가 걱정하는 모습 전해졌다. 얼마 전 언니는 풍을 맞았다. 새벽에 화장실 가다 쓰러져 두 ..
33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39|2007-09-15
축구대회 있던 날
제목: 축구대회 있던 날 새벽이라 이름 붙여진 시간의 한산함은 거리를 뒹구는 낙엽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 차가운 공기는 뺨에 찰싹 달라붙어 추위를 쏟아 내었고, 여민 옷깃 사이로 달려드는 바람은 걸을 때마다 서늘한 바늘들을 몸속에 하나씩 꽂고 있었다. ..
32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319|2007-09-15
약속
제목: 약속 겨울들판을 훑고 지나가는 스산한 바람소리가 가슴속에 아쉬움이란 미련을 만들고 있다. 가을에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야속한 겨울의 입구에 들어섰다. 떠밀려 가는 가을의 끝을 부여잡고 속이 상해 투정이라도 부리고 ..
31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502|2007-09-15
눈 그리고 할머니
제목: 눈……그리고 할머니 “와아 눈이다. 눈!” 바람 소리마저 숨죽였던 골목에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 것은 하늘이 잔뜩 울상을 지었던 크리스마스의 오후였다. 아이들과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더니 하얀 눈발이 지붕 위에도, 나무 위에도 솜이불로 덮이고 있었..
30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327|2007-09-15
등대지기를 읽고
제목: 등대지기를 읽고 어머니! 우리는 어머니라는 단어에서 과연 무엇을 떠올리는가. 까닭모를 눈물부터 흘러내림은 알 수 없는 인연의 깊이를 마음속은 알고 있다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돌아가야 할 고향이며,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가도 반갑게 두 손 벌려 품에 안아 ..
29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92|2007-09-13
희망
제목: 희망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 중에서 가장 우스운 질문은 바로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 ‘당신이 가진 희망이 뭡니까?’하는 바보 같은 물음이 아닐까. 얼마 전까지 내게 누군가가 물어 보았다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희망이 없는 여자. ..
28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13|2007-09-13
하루
제목: 하루 엄마의 목소리는 간절한 애원으로 떨리고 갈라져 있었다.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꼭 오너라. 미워도 너를 낳아 준 아버지인데 제사에 얼굴을 보여야지.” 수화기를 잡고 울고 계실 당신이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끝내 대답을 하지 않고 가을바람 같은..
27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05|2007-09-13
엄마의 립스틱
제목: 엄마의 립스틱 오랜만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아침부터 소란을 떨었다. 매일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손에는 김치 국물 냄새에 아줌마 소리가 익숙해진 나를 잊고 여고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 때문이었을까. 괜히 마음이 두근거리고 바빠졌다. 샤워를 하고, 머리..
26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367|2007-09-13
거울
제목: 거울 “엄마, 제발 그만 좀 해!” 나의 화난 목소리가 화살같이 날아가 배추 시래기를 줍고 있는 엄마의 등에 꽂혔다. 어릴 적부터 봐 왔던 모습이지만 사춘기가 되니 궁색한 차림이며, 장바구니에 쓸 만한 배추 잎을 주워 담는 가난함이 죽기보다 싫었다. ..
25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267|2007-09-13
고향
제목: 고향 가을이 끝나는 무렵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굴 잊어버리겠다며 한번 만나자는 투정 섞인 목소리에 약속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골목을 나오는데 사람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발길을 붙잡았다. 단풍나무가 무척이나 예쁜..
24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354|2007-09-13
연필과 동화책
제목: 연필과 동화책 학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큰소리로 동화책을 읽고 있다. 글씨를 배워가면서 책 읽는데 취미를 붙여 이제는 어려운 받침의 글자도 척척 읽어내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즐겁게 꿈을 꾸는걸 보니 너무 대견하다. 요즘은 워낙 책..
23편|작가: 둘리나라
조회수: 1,439|200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