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 속 이야기
하늘에서 하얀비가 사뿐사뿐 내린다. 그사이를 둥둥 떠 다니고 있다. 누구라도 만나면하얀 웃음으로 반갑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번에도 그랬었다. 보슬보슬 비가뿌리는데, 같이 맞을 친구가 없었다. 금방 전화하면 나올 친구! 이렇게 복잡한 도시 생..
21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022|2005-04-07
싸 주는 김밥과 사 주는 김..
아이가 유치원에 가고 처음 봄소풍이다.며칠 전부터 부산을 떤다. "가져 갈 과자를 뭘로 할까? 유희왕? 원피스?""음료수는 콜라가 좋을까? 팬돌이가 좋을까?""엄마, 선생님이 비닐 봉지 두 개도 챙겨달래. 쓰레기 넣는다고." 부엌일을 하는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쫑알..
20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092|2005-04-02
봄 땡겨오기
비가 내린다. 봄비라면 분위기 있게 솔솔 내릴 양이지 봄비도 아닌 것이, 무거운 겨울비도 아닌 것이 뚝 두둑 뚜욱하며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줌마라면 으례 밖에 널어놓은 빨래를 걱정할 일이지만,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된 요즈음은 그럴 걱정은 없다. 요란스럽게 풍..
19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939|2005-03-21
비젼없는 남자와 사는 법
큰 차를 사지 못한다는 불만을 털어놓던 남편은 이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좌절의 강을 건너더니, 나이 40이 되어도 빚더미 속에서 허덕이는 자신에 대한 우울의 늪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남편과 부딪힐 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술을 마시고 괴롭히면 어..
18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558|2005-03-13
남편의 자존심
남편과 나는 싸움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마음이 아파서 길게 말다툼을 못한다. 비록 의견이 틀려 토닥거리다가도 감정이 격해지면 나가버린다든지, 속으로만 씩씩거릴 뿐. 사실 주말 부부를 할 때는 한번 싸우면 일주일을 가므로 싸울 기회도 몇 번 없었다. 그런데 ..
17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971|2005-03-07
엄마는 장님
아이를 등짝에 붙이고 버스를 타고 아이의 수료식에 갔다. 아이의 선교원은 교통이 불편해 한코스나 걸어가야 했다. 겨울이 혼자 가기가 아쉬워 어문 나에게 칼바람을 쏘아댔지만,악착같이 걸은 덕분에 11시가 조금 넘어서 수료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장에는 한복을 곱..
16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857|2005-02-26
6살 아이의 감사
우리집 밥상은 아빠가 채색주의자라 항상 푸른 초장이다. 거기다가 엄마의 절약정신으로 인해 반찬 가지수도 그리 많지 않다. 6살 난 아들은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지만,긴 투정을 했다간 일장 연설을 들어야 하기에 지레 포기하고 만다. 그런 아이가..
15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906|2005-02-22
마음을 내 보이고 난 후
남편이 갑자기 출장을 갔다. 감기 걸린 아이에게 연신 뽀뽀를 해대더니, 전화기 저편의 남편의 목소리가 맹맹했다. 볼 일이 있어 얼굴 못 보고 보내어서 못내 마음에 걸린다. 일년내내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사람인데. 전화를 잘 하지 않는데, 오늘은 3번씩이나 했다..
14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770|2005-02-21
희한한 검지 손가락의 쓰임새
10개월된 딸아이는 끔찍하도록 귀엽다. 여느 부모들이 다 그렇듯이,아이의 얼굴을 뽀뽀로 장식하며 빡빡한 세상살이의 시름을 잊는다. 누가 보아도 단박에 '귀엽다'(?)라고 하는 아이. 여기서 '귀엽다'는 말의 속뜻은 '예쁘지 않은모든 아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13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2,023|2005-02-19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를 ..
슬퍼도 눈물이 나고 분해도 눈물이 난다. 간혹, 웃겨도 나긴 하지만. 오늘 나는 너무 아름다워서 펑펑 울었다. 꽃도 풍경도 아닌, 한 안내견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고. 시각장애인인 주인을 끝까지 지켜주는 토람이의 모습은 사람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숭고한 것..
12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784|2005-02-14
아들과 싸움박질
아침 8시. 또 나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저만치앉아 있던 둘째까지놀라 울어버렸다. 오늘도 졌다. 아들과의 싸움박질에서. 밥까지는 시간에 맞추어 잘먹었다. 그런데 세수하러 욕실에 들어간 아이가 나오지를 않는다. 8시 20분이면 유치원 차를 타야 하는..
11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680|2005-02-04
아! 가난하다는 건
가난은쫓아도 쫓아도 자꾸따라붙는 강아지마냥 나를 따라다녔다. 그러더니 지금은 가난한 남편과 결혼하는 바람에 아예 내 집에 대자로 누워 같이 살고 있다. 어릴 때 내 마음에 그려진 가난은 한 지붕 16명이 꾹꾹 눌러 눈 인분과 구더기로 넘치는 나무토막 두개 걸..
10편|작가: 김정인
조회수: 1,714|2005-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