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체플린
찰리 체플린 차갑게 일렁이는 갈색 바다 새콤한 찰리 체플린 투박한 유리잔에 머무는 바람이여 그대는 한 잔 속에서 살아 있는 떠돌이 고혹의 불빛아래 흐르는 연민의 춤 굽어진 테이블의 흠집난 공허처럼 하루..
11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1,633|2005-10-02
pudgala 1
태초부터 시작 된 걸까. 아니면 어제 아니면 조금 전 일까. 불안하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움직이고 손가락이 근질 거린다. 어디서 연유 된 것일까. 발바닥 가운데 움푹 들어간 곳이 간지럽다. 눈밑의 주름들이 파운데이션을 밀어내고 자기 자리를 고집한다...
10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1,256|2005-09-29
내가 당신을 알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을 알고 있습니까 그때의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당신은 떠오르지 않고 바람에 무수히 날리던 목련잎 그 봄날의 한 낮, 그 꽃잎만 떠오릅니다. 내가, 당신을 알고 있습니까.
9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767|2005-09-08
먼지
먼지 # “여보세요” “능인이가? 내데이” "예, 그간 안녕하셨어요?“ “그래, 낸 잘 있다. 느근 별일 없제” “예” “능인아배는 하는 거 잘 되나” “아, 예- 그냥그냥 그래요” “그러믄 됐제 뭐 더 바라나, 요즘..
8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753|2005-09-07
발을 걷으며
전등이 켜지고 나면 창문에 쳐진 성긴 발은 효력을 상실한다. 앞집 사층에서 내려다 보면 우리방 안의 풍경은 거의 완벽하게 어쩌면 우리 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창문 앞에 서면 앞 집 이층 창문에도 성긴 발이 내려져 있다. ..
7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710|2005-08-27
빗소리
"어서오세요?" 앞가르마를 타고 빗어 내린 머리를 뒤로 돌려 핀 하나로고정시킨 점원은 힘있게 인사를 한다. 앞가르마라......음. 자신있나보군 아무나 앞가르마를 탈 수는 없지. 얼굴이 갸름해야하고 특히 눈이 이뻐야 저 머리가 살지. 나는 목례로만 인사를 했다. 우..
6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807|2003-09-07
이런 글은 시간이 아까워
내가 남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두렵다. 3년 전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이런 글은 시간이 아까워' 일 년을 인터넷 소설 교실에서 습작 공부를 했다. 그 때 선생님께서 그 일 년의 중간 쯤에서 내게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던..
5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923|2003-08-02
알땅구
"토할 것 같아" 엄마는 나를 째려 본다. "토할 것 같단 말야" "참어" "멀었어"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 속이 울렁거리고 아침 나절에 먹은 참외가 다 올라 올 것 같다. 목도 타고 물이 마시고 싶다. "엄마 물" 엄마는 대답도 안 한다. 버..
4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1,039|2003-08-01
조금 피곤하군요
지금이 몇 시죠? 음... 보자... 자정이 넘었으니 주인 아주머니군요. 아 - 조금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눈을 좀 비비고 눈꺼풀을 크게 뜰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음... 됐어요. 처음 들리는 곳이 바뀌었네요. 하기사 그거야 주인 아주..
3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532|2003-07-31
개성시대
개성시대는 미장원 이름이다. #1 이 미장원 앞을 지나갈 때면 어김 없이 내 눈은 미장원 안의 거울이며 거울 앞의 의자 파마할 때 쓰이는 도구들 그리고 큰 바구니에 가득 꽂혀 있는 부러쉬들을 들여다 본다. 그리고 가게 안에 손님이 있나 없나를 꼭 확인하게 된다...
2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843|2003-07-30
헤르메스를 생각하며
수영을 하고 조금 전에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하는 운동보다 밤에 하는 운동이 더 좋아밤에운동을 합니다. 책 읽기도 그렇고 살림살이도 그렇고 전 밤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검은 색은 모든 색을 혼합한 색이라지요. 모든 삶을 혼합한 것이 밤이 아닐까 하는..
1편|작가: 솜틀집
조회수: 848|2003-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