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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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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BY 솜틀집 2003-09-07

  "어서오세요?"

  앞가르마를 타고 빗어 내린 머리를 뒤로 돌려 핀 하나로 고정시킨 점원은 힘있게 인사를 한다. 앞가르마라......음. 자신있나보군 아무나 앞가르마를 탈 수는 없지. 얼굴이 갸름해야하고 특히 눈이 이뻐야 저 머리가 살지. 나는 목례로만 인사를 했다. 우아하게 그러면서 당당하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어느 코너로 가야하는 지 순간 당황했다. 다만 이 레코드 점이 문구점 옆에 있었고 나는 발걸음을 돌리기가 싫어서 그저 들어온 것 뿐이데 말이다.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나요?"

  팝송 코너 앞에 있던 나는 그저 웃으면서 내가 알아서 골라보겠다고 말했다. 과연 내가 알아서 팝송을 고를 수 있을까, 오른 손 검지 손가락이 어느새 팝송들이 쭉 꽂혀 있는 시디를 훑고 있다.  아는 이름이 없다.  첫 단을 지나 둘째 단 세째 단 그리고 그 아래 단을 다 뒤져봐도 내가 아는 이름은 찾을 수가 없다. 아마 오늘 하루 종일 팝송 코네 앞에 있는 다고 해도 나는 단 한 장의 시디도 꺼낼 수가 없을 것이다. 비오는 목요일 오전. 백화점. 레코드 점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데도 어디선가 빗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