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백
내가 흙이 되어 한무더기 쑥부쟁이로 피어난다해도 당신이 즈려 밟고 가신다면 풀이 되겠습니다 이름없는 잡초로 살겠습니다 내가 꽃이 되어 당신과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면 기꺼이 시들겠습니다 시들어 마르겠습니다 내가 행운의 크로바라면 당신이 찾아 올때..
12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409|2003-07-15
나만의 방
나만의 방 나만의 방에 있으면 사랑의 시를 쓴다 그리움의 시를 쓰고 외로움의 창을 연다 나만의 방에 있으면 매일매일 사랑을 꿈꾸고 수백개 수천개 사랑의 집을 지었다 부셨다 콘크리트 벽을 넘는다 나만의 방에 있으면서 너의 방을 엿보고 너의 이웃..
11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250|2003-07-15
화초 가꾸기
우리집 베란다에는 화초가 놓여있다 화초가꾸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부지런함 탓이다 나는 온실의 화초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남편이 없었으면 풀한포기 꽃 한송이 없는 황량한 집이었을 것이다 남편은 퇴근을 하면 정성스럽게 물을 뿌려주고 일요일이면 아예 물을 갈아준..
10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723|2003-07-03
꿈
나는 어렸을적 꿈이 많았다 헤세의 데미안도 되어보고 윤동주의 별헤는 밤도 되어 보았다 까뮈의 이방인 뫼루소도 된 적이 있었다 비록 지금에 와서 그런 꿈이 실현되지 못했지만 그때 꾸었던 꿈은 밤을 세워 이루고 싶은 욕망과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꾸었던 꿈이 아..
9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469|2003-06-30
당신에게
이제 당신도 청춘의 넋만 떠돌지 마십시요 당신의 자리 당신 사랑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자신에게 가져가 아름다운 인생을 꽃피우세요 그래서 행복해지면 나의 밤은 외롭지 않을거외다 사랑하는 사람곁에 사랑이 외롭다면 오랜 시간 같이 해온 밤과 낮..
8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220|2003-06-30
가족
가 족 사랑은 목마름 타고 행복의 운전대에 실려 정겨운 풍경화 한컷으로 오는 것 낡은 책갈피에 사랑이 움트고 해묵은 편지지에 그리운정 사랑의 사연 묻어나면 세상에 기대버린 여린 마음들은 자라나는 새로운 아이들에게로 몰려들고 아이들은 푸른 내일의..
7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360|2003-06-30
꿈꾸는 사랑
사랑하면 달콤하고 황홀한 것을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 달콤하고 짜릿하고 숨을 헉헉 거리며 높은 언덕을 단숨에 뛰어 넘는 것이 사랑이다 나는 아직도 이런 사랑을 꿈꾼다 내 모든걸 바쳐 사랑하고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을 말이다 사랑하는 이가 몸이 아파..
6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400|2003-06-28
땅
땅 나는 땅이다 상처 투성이 식민지로 부터 살아남은 자랑이다 전쟁 파편이 내 가슴에 묻혀있고 철조망이 내 허리에 박혔어도 나는 아파트도 세우고 밥그릇도 채우는 살아있는 터이다 너하나 나하나 사랑을 울리고 풀고 우리 사랑 묶어세울 살아있는 공..
5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257|2003-06-26
붉다는 건
붉다는 건 붉은 것은 보기도 좋다 빨갛게 익은 사과가 그렇고 먹음직한 감나무 홍시며 한나절 내리쬐는 햇살이 그렇다 붉은 것은 사악하지 않아 좋다 활활타는 단풍잎 자잘 토실한 붉은 대추 하루 소풍 나간 아이들 얼굴이 그렇다 가을산에 저녁놀 내..
4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342|2003-06-26
아내의 일지
아내의 일지 두살박이 아이는 오늘도 거울을 본다 맘마 소리만 간신히 하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하루 종일 잔소리다 보름달처럼 동그란 얼굴이 부엌으로 덜거덕 쫓아오고 안방 TV도 건너방 전화기도 온통 독차지다 과자 한잎 밀어 넣..
3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602|2003-06-25
궁합
궁 합 봄이 싱그러워 보이는건 창살너머 삐죽한 햇살 따스함 때문이다 대지가 부드러워 보이는건 빳빳이 고개 쳐든 비개인 새싹 푸르름 때문이다 새들이 멀리 멀리 날개짓 하는건 하늘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며 남편이 위대해 보이는건 ..
2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320|2003-06-25
장마가 시작된 날
장마가 시작된날 장마가 시작된날 주점에 앉아 술을 마신다 기다리는 수줍은 아내도 과자봉지처럼 달콤한 아이도 잊고 주점에 앉아 적당히 너도 나도 섞여 술을 마신다 쏟아지는 빗물이 유리창을 타고 흐를때 저당잡힌것 같은 인생이 목젓을 타고 흐..
1편|작가: 이미래
조회수: 1,607|200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