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하나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남자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 속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고 박경리 선생님의 유고시집에 실린 글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결혼이란 건 상대와 적어도 사계절을 두 번은 겪고 할 일이다. 우리 부부는..
132편|작가: 선물
조회수: 2,518|2008-10-15
너에 관한 책을 쓰고싶다.
딸아이가 갔다. 방학을 끝내고 언제나처럼 총총히 갔다. 트렁크 하나 끌고 어깨에 메는 가방 하나 들고 고속버스를 향했다. 볼륨매직으로 동그랗게 부푼 뒷머리가 귀여웠다. 큼직한 엉덩이와 튼실한 허벅지도 사랑스러웠다. 담양의 학교 기숙사로 향하는 아이의 얼굴은 밝..
131편|작가: 선물
조회수: 2,589|2008-08-29
나는 더이상 동화를 믿지 않..
봄은 너무도 짧았다. 눈을 호사시켰던 갖가지 색깔의 화사한 꽃빛에 취할만하니 금세 사라졌다. 큰 비도 아닌, 소록소록 내리는 가느다란 봄비에 연한 꽃잎은 스러졌다. 짧은 생에 대한 예감 때문에 더더욱 강렬한 아름다움을 분출했나보다. 화려한 꽃은 졌으나 그 자리엔..
130편|작가: 선물
조회수: 2,205|2008-04-23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온다. 곤한 잠 떨쳐내고 일어나야한다. 시계를 보니 잠시 침대 위에서 뭉그적거릴 여유는 있는 것 같다. 잔뜩 긴장해있는 다리를 살짝 들고 발치를 살펴보았다. 역시 이놈, 새근거리며 자고 있다. 잘못 다리를 놀리다간 침대 아래로 추락시키기 십상이다...
129편|작가: 선물
조회수: 2,232|2008-04-02
빛을 향하여
봄이 오는가보다. 창으로 쏟아지는 때깔 고운 빛은 천생 봄의 것이다. 작년 이맘때도 이렇게 봄은 왔겠지. 나는 또 그렇게 봄을 맞았겠지. 그저 오나 보다, 가나 보다 그렇게 데면데면했을 테지. 마흔이 불혹이라는데 난 훨씬 일찍부터 몸과 맘에 굳은살이 박였다...
128편|작가: 선물
조회수: 2,234|2008-03-27
하루
잠든 아이의 모습은 순하다. 순한 아이의 모습을 보는 나는 얼마간 평화롭다. 좀 더 이대로 아이를 자게 해 주고 싶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깨운다. 등교시간에 맞추어야 하니까. 마음을 다잡고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의 잠을 깨웠다. 절..
127편|작가: 선물
조회수: 2,133|2007-06-20
소망
잠깐, 아주 잠깐씩 마치 넋두리 같은······. 별로 진지하지 못한 소망을 품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감히 이런 소망을 끝내 토해 내어도 되나, 어쩜 죄가 아닐까 참으로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축복처럼 선물 받은 큰 불편함 없이 제 기능을 다..
126편|작가: 선물
조회수: 2,227|2006-12-19
어머님의 선물
나는 아무 말 없이 가만 앉아 있으면 비교적 조용해 보이는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본 모습이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망가지면서도 남을 웃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때문에 활동하는 것도 적극적이고 늘 외향적이란 말을 듣고..
125편|작가: 선물
조회수: 2,195|2006-10-23
품안의 자식
저녁이면 호수공원으로 산보를 다닌다. 막둥이도 함께 데리고 나간다. 처음에는 목줄을 불편해하던 막둥이도 이젠 목줄을 해주면 산보 가는 줄 알고 신이 나 꼬리를 흔든다. 막둥이를 데리고 다니다보면 다른 강아지들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또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
124편|작가: 선물
조회수: 2,220|2006-09-28
낮은 이의 이야기
언제나 진솔한 강론으로 마음의 평화를 주셨던 신부님이 다른 본당으로 가시는 날이다.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다행히도 오늘 미사에서 신부님을 뵐 수 있었다.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신부님의 강론을 한 말씀도 놓치지 않고 들으려 애썼다.신부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차..
123편|작가: 선물
조회수: 1,889|2006-09-14
막둥이(끝)
개는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고독을 지킨다. 일간신문에 나오는 소설에서 본 글입니다. 강아지를 키우다보니 그 말이 명언이다 생각됩니다. 마음이 불편해서 혼자 삭히고자 할 때,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막둥이의 까만 눈동자는 제게 위로가 됩니다. 그럴..
122편|작가: 선물
조회수: 2,191|2006-07-12
막둥이(10)
1. 친구와 함께 한 시간 반 정도 길 친구가 되어 버스를 탔다. 가는 길엔 둘 다 심각한 얼굴이었고 오는 길엔 둘 다 환한 얼굴이었다. 그 차이는? 가는 길에 나눈 이야기는 자식에 관한 것이었고 오는 길에 나눈 이야기는 각자 기르고 있는 강아지에 관..
121편|작가: 선물
조회수: 2,006|200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