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순례씨의 하루는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 다혜 입맛의 파김치 담그는것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 동네 아낙들의 입소문으로부터 알게된 농장으로부터의 한박스의 쪽파를 구입해 모녀가 다 해결할수도 없는 양의 파김치를 오늘도 순례씨는 무모하게 담궈대고 있었다 .
"엄마 ~~, 이런... 내가 그냥 파김치 먹고 싶다고 그냥 밥상머리에서 한말인데 이렇게나 많이 뭐하러 .. 아이고 .. 엄마땜에 내가 미쳐 ..." 딸은 오늘도 무슨일이든이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듯한 엄마의 행동 개시에 할말을 잃어 버린다. "머 ... 하는김에 많이해두고 두고두고 먹음되지 뭘그리 지랄이여 ~..지 먹고프다해서 담궈놨구만 .." "아니 ..이것도 한두번이여야지 ,, 항상 그렇잔아 엄마 .. 이렇게 낭비하는것도 이제 지겹지 않우?" " 알았어 ..알았다고 .. 에구 지가 돈 번다고 갑질허고있네 .. " 순례씨는 혼잣말로 김치통 하나로 담아 놓은 파김치를 바라보면 중얼거렸다 . "엄마 ..그게 아니고 엄마가 하고픈건 다 해도 돼는데 음식은 좀 그렇잔아 . 우리 둘밖에 없는데 뭐 그리 항상 먹고 죽는것 기다리듯이 그리해대냐고 ..." " 아 ... 남으면 큰 이모나 머 작은 삼촌네 좀 가져다 줌 되지 .. 알았어 알았어 ... 에잇 ~~" 다혜는 안다 , 엄마가 그리 음식장만하는데 있어서 항상 그렇게 풍성히 해대는 이유를 . 자라면서 잘먹지도 못하고 , 잘 챙김을 받지도 못하고 자란 탓에 이른 나이에 혼자 남아 키운 딸만큼은 잘먹이고 잘입히고 잘자라기를 바라는 순례씨의 마음을..
"엄마 ... 화났어? 담에는 그렇게 뭐 많이 하지마 ... 그냥 우리 마트에서 조금씩 사다가 맛있게 먹자 .. 응? 냉장고도 엄마가 만들어 놓은 밑반찬으로 가득하잔아 .. 그거 언제 다 먹어 ... " 하긴 그랬다, 순례씨는 때때마다 장아찌면 장아찌 ,계절별로 담궈놓은 김치며 오이지며 .. 그나마 딸이 다혜가 그런 엄마를 위해 냉장고를 두개나 장만해줘서 순례씨는 그 냉장고에 반찬을 만들어 채우는 재미로 사는듯 싶어 보였다 "그러니까 기지배야 시집을 가 ,시집을 .. 니가 어디가 모자라 결혼도 못하고 이나이까정 혼자 살고 있어 .. 내가 널 뭘 모자라게 가르치기를 했냐 , 잘먹이지않아서 못자라기를했냐 ... 뭐가 부족해서 ... 서른이 넘어까지 혼자 살어 ~~" 순례씨는 파 김치 담근것에 발하여 반박하듯 다혜의 결혼문제로 슬쩍넘어가며 위기를 넘긴다 . "엄마 ~~~~ 왜 얘기가 글루 넘어가? 에잇 내가 말을 말야야지 ... 빨리 저녁먹자 엄마 ... "
오늘도 다혜가 받은 밥상은 칠첩반상 못지 않은 상이다 .깔끔한 아욱국에 배추김치 , 열무김치 . 고등어 구이 , 두부조림 , 오뎅볶음 ...시금치 무침 ...차려놓은 밥상이 그림 같음에도 오늘도 다혜는 엄마의 정성보다는 음식에 집착을 갖는 엄마를 느끼게 된다 .
" 민다혜선생님 ... 오늘 환자가 좀 오버됐네요 ... " " 아 ... 괜찬아요 .. 할수 없죠 뭐 .. 수고했어요 " 다혜는 종합병원에 소화기내과 전문의다 . 엄마의 힘겨운 정성이 아버지 없는것 빼고는 부러움 없이, 자신을 지원해준 덕에 그녀는 공부를 잘 마칠수 있었다 . 오늘도 다혜는 그녀의 주어진 일에 하루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