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다 .....곱다...'
"엄마 ... 나 낼모레 학교에 한복입고 가야돼 ... 한복 사줘 ..."
" 뭐라고? ... 뭔 6월에 학교서 한복을 입고 오래? 뭔일이여? .."
엄니는 뜬금없는 순례의 청함에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다가 대꾸했다.
"저거시 뭔말을 하느겨 시방? 야 .. 명례야 ..쟈가 시방 먼말하는겨? 뭔소리여? 뜬금없이 먼 한복을 핵교서 입고 오란다고 저 지X 이고? "
한켠 옆에서 티비를 보고있던 큰언니 명례에게 답변을 구하는 엄마 ..
" 내가 알어? 쟤 속을? 글구 학교서 입고 오란다잔아 ... 근데 엄마 울집에 쟤가 입을 한복있수? "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 명례는 순례의 학교일을 알리가 없었다 .
" 길례야 ~~~"
" 아 ..왜 ~~~ "
" 네 학교서 한복입고 오라디? " 엄니는 같은 국민학교에 다니는 둘째 언니 길례에게 물음을 던졌다 .
" 몰라... 난 5학년이고 순례는 3학년인데 내가 어떻게 알아 .."
"옥례야 ... 너 핵교서 선생님이 한복입고 오라디? "
엄니는 방에서 종이 인형놀이를 하는 일학년 옥례에게도 물음을 던졌다 .
"아니 ..." 확실한답은 아니나 옥례는 답을 했다.
" 뭔일이래? 먼 갑자기 한복이랴? 한복을 집에다 가지고 있는 아덜이 울메나 있다고 갑자기 한복을 입고 핵교에 오라고 선생님이 그런데? "
그래도 엄니는 학교에 방침은 또 잘 따르는터였기에 아는 집들에게 둘러 둘러 물어보며 순례에게 맞는 한복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
" 자 입어봐 ... 이거 구하니라 저 아래꼐 순두부집딸꺼 빌려놨어 ."
색동 한복은 조금은 작은듯 했으나 , 순례는 반쪽자리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 미소짓고 한바퀴 빙그르 돌아보았다 .
"이제 된겨? 낼 학교에 입고 가믄 머 하는겨? 머하는건디?"
엄니의 물음은 순례에게 들리지 않았다 .
본인의 모습이 곱다고 느껴지며 학교가는 길가에 가을이면 피던 코스모스가 떠 올려졌다 .
"ㅋㅋㅋㅋ"
등교길에 아이들이 키득거렸다.
"쟤 뭐야? 뭔 한복을 입고 학교를 가냐?"
"그러게? 쟤 몇학년이야? 누구지? "
둘레둘레 등교길에 아이들의 수근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 야 ... 너 진짜 선생님이 오늘 한복입고 오란거 맞아? ..왜 다른애들은 입은애들이 없냐? 진짜 입고 오란거 맞아? "
같이 등교하던 언니 길례가 다그쳐 묻기 시작했다 .
".........."
" 얘가 ... 얘가 미쳤구나 ... 아 쪽X 려 ..."
언니 길례는 순례를 뒤로하고 빠른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
'ㅎㅎㅎ.. 갑자기 왜 그때가 생각나지? .. 왜 지금 이 고운 핑크색의 티 셔츠를 보고 ...ㅎㅎ'
그떄 티비 사극 드라마 보다 문뜩 자신이 한복을 입으면 어떨까하는 자신을 머리속에 그리며 들어줄것 같지 않은 엄마에게 학교를 빙자해서 입어보았던 한복 ..
그뒤로 한동안 학교에서 좀 모자라는 아이로 통해졌었던 자신의 시간을 떠올려 본다 .
" 엄마 ~~ 뭐해? .. 그거 언제 입을꺼야? 샀으니까 그냥 집에서도 입고 그래 "
" 야 .. 이 고운걸 어떻게 집에서 입냐 .. 나갈때 입어야지 .. "
" 이런 ... 엄마 비싼것도 아니고 뒀다가 못입으면 똥되는겨 ....ㅎㅎㅎ. 그냥 막입어 집에서도 이쁘게 ..."
딸은 멍하니 옷을 집어 들고 서있는 순례씨를 뒤로 하고 웃으면 방을 나갔다 .
생각났다 ..딸아이의 승진소식을 들으며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날 식당 옆에 옷매장에서 걸려있던 옷을 보고 딸과 함께 들어가서 하나씩 사서 들어왔던 기억이 ..
'아 ... 맞아 ..ㅎㅎ 근데 왜 갑자기 ㅎㅎ이런..내가 요즘 자꾸 깜빡 깜빡 ~.ㅎㅎ '
"엄마 ~~~~~엄마 ... 렌지에 물 끓어 ~~~ 머 할꺼야? 꺼? .."
딸이 다급히 순례씨를 불렀다 .
" 어 ~~~ 그거? ....참참 ... 내가 보리차 끓인다고 하면서 안집어 넣고 물만 올려놨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