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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7


BY 설탕 2024-12-29

가을은 참으로 빨리 간다고 생각을 한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는것 같더니만 이제는 제법 바람도 쌀쌀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날씨로 변해가고 있었다 .
사무실 창밖으로 바람에 떨어져 날아다니는 낙엽을 보며 다혜는 어느날의 가을이 떠 올랐다 .

" 오빠 ... 나 이거 눈오는 겨울 되면 하나 사줄래?  ㅎㅎ"
"..... ? 뭐? "
만나서 이른 저녁을 먹고 같이 걷던 이대 앞쪽에 쇼핑센터에 철 이르게 걸려있던 핑크색의 머플러가 눈에 들어온 다혜는 팔짱을 끼고 같이 걷던 선정에게 눈을 마추며 그의 반응을 보았다 .
"저거? ..."
"응 .."
" 뭐 눈올때까지 기다려 ,, 너 지금 나한테 지금 사달라는거 아냐? ,.. ㅎㅎ"
" 아냐 .... 아닌데 .."
"뭐 .. 눈올때까지 기다리냐 . 그러다가 누가 사가면 없어지는거잔아 .. 지금 사줄께 .. 들어가자 ."
"어 ... 아닌데 .. "
그렇게 다혜는 선정의 이끌림에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쇼우윈도우에 걸려있던 머플러를 꺼내 보았을때에는 밖에서 본 색보다 더 진한색의 부드런 소재의 캐시미어 머플러였다 .
"오빠 ...이거 캐시미어다 ,,, 가격 안싸 .. 가자 ... 죄송해요 .. 잘봤습니다 ."
"왜 ... 하나 사줄께 ... 이거 얼마예요? "
"12만 5천원입니다 ... "
" 이거 하나 주세요 ..."
여종업원과 선정의 거래는 그리 간단히 마쳐졌다 .
"난 그냥 싼 머플러일줄 알았는데 ... 10만원 넘는거 같았으면  안샀지 ...."
" 다혜야 .. 내가 이런거 하나 못사주는 남친이면 안돼는거 아냐? 너한테?  난 이정도는 해줘도 돼는 사이 아닌가? ㅎㅎㅎ "
선정은 시원스런 웃음과 미소를 지으면 팔짱을 낀 다혜의 손을 꼭잡아 자신의 겉옷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
잡아준 선정의 손이 따듯했다 ...
'좋다 .....'
만난지 3년째 ...
학교를 오가던 버스 안에서 일주일에 서너번 만나가며 눈인사를 하다가 다혜의 등교길에 따라내리며 첫인사를 나눴던 남자 ...
누가 보아도 고생한번 안해보고 자란 귀공자 같은 인상 .
하얀 얼굴에 큰키 ... 선한 눈매 ...
누가 보아도 킹카라고 해도 돼는 그런 인상의 남자였다 .

" 오빠 ,, 그때 왜 나 따라 내렸어?"
"나? ... 네가 버스안에서 만날때마다 나보고 따라내리라고 눈짓했잔아 ...ㅎ"
"내가? ... "
" 그래 ... 네가 그랬어 ... 오늘은 나 안 따라내릴꺼냐면서 ... ㅎㅎㅎ"
" 오빠 !!!!."
장난스럽게 되묻는 선정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다혜는 이런 남자가 자신의 남자임에 행복했다 .
" 군대 갔다와서 복학하고 같은반 애들이 나이 있다고 미팅도 안끼워 주고 ,,, 내가 여친이 궁했었나 봐 ,,,,ㅎㅎ"
"오빠 !!!!! 정말 ......"
미소가 맑은 남자 .....
그는 아주 큰 기업은 아니나 제법 이름대면 알만한 중소기업을 아버님이 운영하셨고 형하나 누나 둘에 막내 아들이었다 . 
다들 공부도 잘해서 형은 의사요 . 누나둘은 좋은 학교 좋은 과를 나와 그집안에 걸맞게 검사 남편과 외교관 남편으로 외국에 나가있는 주재원의 아내였다 .
만남이 2년쯤 됐었을때 , 그러니까 다혜가 3학년 선정이 4학년 졸업반이었을때 집안 어르신에 다혜를 초대해서 선정의 식구들은 만난적이 있다 .
마른 쳬형에 조금 작은듯한 다혜 .
그래도 큰눈이 항상 사슴같다고들 했던 다혜 .
그런 그녀를 처음 대하는 선정의 식구들은 별로 그녀를 탐탁하지 않게 여겼다 .
홀어머니에 별로 내노라하는 재산이 있는것 같지도 않고 ....
특히나 선정의 누나들이 다혜를 더 싸한 눈빛으로 맞아주었다 .
"반가워요 ,,, 우리 선정이가 다혜씨 얘기를 하도 해서 어떤 사람인가 한번은 보고는 싶었네 ..." 큰누나의 첫인사였다 .
"만나서 반가워요 ... 편히 있다가 가요 ...그럼 "
선정의 두 누나는 첫인사를 그리 나누고 그다음부터는 다혜와의 대화가 없었다 ...

'그때 .. 그때 끝냈어야 했었는데 .....ㅎㅎ'
"박팀장님 ~~~~ . 그 지난번에 맡긴 프로젝트 다 돼가요? "
" 아 ..... 네 ..네 "
같은팀 실장인 이철민의 소리에 다혜는 지난 추억의 시간에서 깨어났다 .
"그럼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한번 봅시다 ..."
"네 ...."

"엄마 .. 오늘 이모들이랑 재미있었어? "
" 어 .. 재미있었지 ... 이모들 알잔아 ...ㅎㅎ 나중에 큰이모가 너 승진턱해준데 .. 전해달랬어 ...'
"그래? ... 고맙네 큰이모 ... ㅎ"
"...........근데 다혜야 ..."
" 응?.."
"저기 ... 있잔아 ... 오늘 막내 이모가 너 왜 결혼 안하냐고 묻드라? "
퇴근하고 들어와 옷 갈아입는 딸의 방에 순례씨는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 
" ............"
" 너 ... 저기 ........... 선정이 때문에 그런겨? 막내 이모가 갑자기 걔 얘기를 하는 바람에 ........"
순례씨는 항상 미안하다 ...변변치 못한 엄마 밑이기에 항상 제대로된 대접을 못받는듯한 딸의 삶에 미안했다 .
" 뭔 소리야 엄마 ..... 그냥 넘 오래 만나다보니까 그사람이랑 결혼하고는 못살것 같아서 혜어졌다니까 ... 그래서 잘된거지 ... 맘에 힘들어서 결혼이란거에 묶여 할수 없이 사는거 그것 보다는 낫잔아 ..."
"........."
" 엄마 .... 나 지금 좋아 .. 남자 없어도 이리 돈벌고 엄마랑 둘이 잘사는거 이게 넘넘 좋아 .... 엄마 .... 그러니까 걱정 마시요 ...ㅎㅎ"
"......"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순례씨는 그냥 멍하기만 하다 ...
그냥 시간이 이리 가는게 맞는건지 ......
밤이 또 오고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