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 잠깐만 ... 식기도는 하고 먹어야지 .. 자 ...자 .."
" 아이 . 또시작이다 ...." 옥례는 들었던 젓가락을 놓으며 재촉하는 언니 길례를 쳐다보았다 .
교회 권사인 둘째언니 길례가 불판에 고기가 올려지자 언제나했듯이 모두에게 식사기도를 하자고 재촉했다 . 순례씨나 큰언니 명례씨는 어쨌던 상관이 없었으나 믿지 않는 옥례는 둘째 언니의 극성스런 믿음에 항상 반기를 들곤했다 .
" 그럼 빨리 해 ..짧게 .. 먹을때 기도 길게하는사람은 가짜라더라 .. 진짜해야할기도는 시간내서 하는거지 식탁에서 고주알 미주알 하는거 아니래 .."
욕례는 언니의 독촉에 재빠르게 눈을 감으며 한소리 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 오늘 우리 자매를 건강히 만나게 하시고 .........."
결코 짧다고는 할수 없는 기도였지만 순례씨는 항상 기도안에 성실하면서도 그네들의 기도를 잊지않고 해주는 언니가 고마웠다 .
" 아멘 ....."
기도가 끝나고 눈을 떴을때 식당의 종업원은 올려놓은 고기를 자르려 가위를 들고 식탁옆에서 기도가 끝나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이거바 ,,이거바 ,,, 고기 다 탔잔아 ... 언니 이거 빨리 잘라줘요 ,,,"
옥례는 젓가락을 빠른속도로 집어들며 종원원 아가씨에게 재촉했다 .
"암튼 저누메 기집애는 .... "
자신에 기도에 진심이었던 길례는 항상 그랬듯 철없는 동생의 투정에 눈을 살짝 흘겼다 .
" 아이고 .. 이래서 가족끼리 모이면 종교얘기랑 정치 애기는 하는거 아니라잔아 ... 자자 ... 빨리 먹자 .. 근데 순례야 .. 다혜가 승진은 뭘로 한겨?"
오늘도 분위기는 제일 큰 언니 명례의 수습으로 바뀌었다 .
" 어 ,,, 내가 뭘 알우 .. 걔가 자기 승진했다고 하니까 아는거지. 팀장인지 뭐 그런거 맡아서 하는 , 자기말로는 힘들지만 월급도 더 많아지고 뭐 .. 그런데 .. 나도 잘 몰라 ... ㅎ"
" 근데 걔는 왜 결혼 안해 언니 ?"
젓가락으로 열심히 구워진 고기를 집어먹으며 지나가는 듯한 소리로 옥례가 물었다 ..
" ........ 그러게 ,내가 아니 .. 아직 그런 얘기가 없네 .."
" 걔가 그때 그 ..누구야 대학때 만나서 그 오래 갔던 걔 ..있잔우 ,, 집안 좋았던 걔 .. 갸 하고 안돼고 난후부터 그런거 아냐? 남자 안만나는거?"
" 야 ~!! . 너 오늘 실수 많이 한다 ...빨리 먹기나해 ..오늘 따라 쟤가 왜 저리 말도 많고 주책이람 .."
길례는 항상 거침 없이 떠드는 옥례에게 한소리 하며 입을 다물게 했다 .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
" 엄마 .. 나 이제 선정이랑 안 만나기로했어 .."
" ..? "
" ㅎㅎ 너무 오래 만나서 이제 식상해서 그만 만나자고했어 .. "
" 아니 .. 그게 무슨말이야? .. 너희 결혼한다고 안했었어? 무슨 말이야 지금?.."
" .... 이제 선정이 우리집에 안올꺼라구 ...."
다혜는 이렇게 5년을 만났던 남친 선정과의 이별을 순례씨에게 전하고 끝냈다 .
'결국 그랬구나 ... 그 집안에서 다혜를 탐탁치 않게 생각 하더니 ...'
순례씨는 가슴이 먹먹해지며 답답해짐을 느꼈다 ..
그리고 미안했다 ... 자신은 홀로 살며 자신이 걸었던 그런 시간이 아닌 정말 행복하고 멋진 삶을 딸에게 주고 싶었지만 결국은 홀로인 순례씨가 보여주는 배경은 남들에게 그렇지가 못했던것을 ...
그리고 그후 딸 다혜의 남친은 자의인지 타의인지에 의해 유학을 갔다고 했던가 했다 .
그것이 다혜의 연애사 마지막이었다 .
" 언니 ... 한우라 증말 맛있다 ... 나 고기가 입에서 녹는다는말 오늘에서야 알았네 ..ㅎㅎ"
또 분위기는 옥례가 바꾸어 버린다 .
" 야 ... 너는 니 남편이나 니 새끼들이 이런거 안사줘? "
" 아이 ... 언니 그건 아니지만 오늘은 셋째 언니 쏘는 한턱이니까 정말 맛있다는거지 뭐 ... ㅎㅎ"
" 자 ..오늘은 점심은 잘먹었고 ,,, 수다는 어디가서 떤다?"
식당을 나오며 옥례는 언니들을 보았다 .
" 어디든 가 ... 조용한데 ,젊은 애들 많아서 시끄러운데 말고 ..."
큰언니 명례가 대답했다 .
" 나도 같아 ..."
"나도 ..'
" 근데 순례야 너 오늘 진짜 거금 썼다 ,,ㅎㅎ.암튼 다혜가 한턱 낸거라니까 나중에 이모들이 큰 턱낸다고 해라 ..."
큰언니 명례는 말했다 .
"알았어 .. "
평일 점심 시간 후에 전통 찻집은 조용했다 .
한복을 곱게 입은 주인인듯한 여자가 내오는 차는 그 주인과 참으로 잘어울린다고 순례씨는 생각했다
쌍화차 , 대추차 ,생각차 ,그리고 유자차 ,,,
차는 각자의 식성대로 시키고 메뉴에 있는 구운 가래떡도 함께 시켰다 .
카페 안에는 두 테이블에 서너 사람의 손님들이 앉았있었고 음악은 잔잔히 클래식이 흐르고 있었다
오묘하게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잘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오호 ,,,, 여기 괜찬네 ...ㅎ "
"이렇게 먹으니까 옛날에 우리 설날 ,집에서 가래떡 구워서 먹곤 했던 생각나네 ... 조청이랑...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조청 마지막으로 다 털어 먹고 할머니 한테 디게 혼났던 생각나네 ...ㅎㅎㅎ"
" 그렇지? 우리 그랬지? 근데 , 우리 할머니도 대단하셨었어 ,, 손녀가 넷이면 그만 해도 될것을 아들 날때 까지 ... 그래서 진수랑 명수가 태어났기는 했지만 ... 그래도 그러다 갸들도 또 딸이었음 어쩔뻔 했냐 ,, 울엄마 .."
" 그러게 말이야 .. 울엄마 아버지도 대단들 하셔 .. 하긴 동란 이후니까 에구 ... 그래도 이렇게 하나도 안잃어버리시고 다 잘 자라게 하셨으니 대단하시지 .. 울엄마 아버지 수고하셨어 ,,,"
"...."
"...."
딸 넷이 모이니 옛날생각이 다 떠오르며 언제나 처럼 각자의 추억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 근데 진수랑 명수네는 잘들 있데? 올케들한테 전화 하기는 그렇고 시누이짓 한다고 할까봐 .. 엄마 ,아버지 제사 ,.. 아니다 걔네들도 다 교회 나가니까 ,,그 뭐지?? 아 ... 추도예배로 한다고 .. 그때나 일년에 두번 쯤 보니 ㅎㅎ 암튼 우리 좋은 시누이들이야 .. 그렇지 언니? "
옥례가 갑자기 생각난 남동생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역시 대화의 주제를 만들었다 .
" ㅎㅎ 난 아직도 걔네들이 모시는 엄마 아버지 예배는 제사라고 하는데 .. 그게 그거 아냐? "
" 아이고 ,, 언니 그게 그건 아니지 .. 다른거야 ... 그건 ...저... 우 .. 아니다 ,, 그런거 있어 ,, 다른거야 ㅎㅎ암튼 , "
큰언니 명례의 물음에 길례는 그것은 우상숭배다 라고 하고 싶었으나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 둘째 길례언니가 전도해서 두 남동생은 둘다 기독교이었다 .
" 암튼 둘째 언니 대단해 ... 이렇게 나가다가는 큰언니 셋째언니 ,나 까지 다 교인되겠어 .. 하긴 난 내가 아니고 우리 시엄니가 교회 나가면 좋겠다 .. 그래야 제사 안허지 ... 언니 ~~ 울 시엄니좀 전도해주라 .... ㅋㅋㅋㅋ"
네 자매는 오늘 하루도 언제나였던것 처럼 그냥 그들의 하루를 이렇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