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씨의 가을은 파 김치로부터 오려나보다 ...
"음 .... 누가 그랬었지? 검은머리 파뿌리 머 거시기? ... 후후 ... 그기 먼소린지 ... 이누메 파뿌리 ..ㅎ" 파 김치거리를 다듬으며 순례씨는 항상 결혼식에 가면 하는 주례사들의 주례가 생각났다 ,
파김치에 넣을 양념들을 이리저리 비비적거려본다 .
" 머하냐 ~~~"
가끔 잊을만 하면 걸려오는 이제 나이가 70을 바라보는 큰언니 명례의 안부 전화이다.
"우쩐 일이여? "
"먼일이 있어야 전화 허냐? 기집애 .. 기냥 어찌사나 전화 걸어본거지 . 별일 읍찌? "
"먼 별일 .. 아직 살아있으니께 언니 전화 받자녀 ..."
이들의 자매의 전화 는 누구와 해도 항상 같았다 .
특별히 ,아니 딱히 맘쓰는것도 없는것 같은데 언제나 허하지는 않는 그런 관계 . 큰언니인 명례뿐만 아니라 작은 언니 길례도 , 동생 옥례도 다 마찬가지였다 ..
함께 살아오면서 큰힘은 못되었어도 그냥 서로 살아있다는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되는 그런 사이 ,
거기에 남동생 둘은 이 거나한 네명의 누나들 틈에서 잘자라주어 번듯한 공부를해 친할머님의 바람대로 가문(?)에 일조들을 하고 살았다 .
"우리 언제 한번 다 모여서 밥한번 먹자 "
"먼 밥을 ? 우리 식구 다 모이면 대단해 언니 ... 기냥 각자 알아서 살지 뭔 가족 모임을 한다고 ...."
순례씨는 말을 이래도 큰언니 명례는 이일을 진행할것이란걸 안다 .
"작은언니랑 옥례한테 말했어? "
"아니 아직 ... 엄니 압지 제사때도 잘 안모여지잔아 .. 근데 내가 죽을때가 가까운가 .. 다 한번 모여보고싶네 ...ㅎㅎ"
"먼소리여 시방 .. 진짜 죽을때 됐는갑네 ...시끄러 그딴 소리 하지마 .. 언니 그러면 우리 다 줄줄인거 몰러? 암튼 언니가 다 연락을해보던가 해 .. 애들은 말고 우리 형제들만 한번 해봐 그럼 , 아니면 진수랑 명수는 빼고 우리끼리만 하던가 .."
이렇게 언니와의 전화를 끊고 순례씨는 파김치를 마무리 하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
상에 올려진 반찬은 어제 먹다남은 계란찜과 고등어 구이 그리고 방금 버무렸던 알싸한 파 김치 , 밥을 주발에 담아 물을부었다 ...그냥 후루룩 반찬들과 밥을 들이켰다 .
" 엄마 ~~ 모해?"
"모하긴 .. 너 파김치 먹고프다며 ...."
"잉? .. 그래서 파김치 한거야? "
" 그럼 .. 너 먹고프다는데 해야지 ....."
나이가 서른이 넘은 딸 다혜 ... 에미 혼자 키워서 부족하다는 말들을까봐 진짜 정성 다해 열심히 키운 순례씨의 딸이었다 .
거기에 힘입어 딸 다혜는 순례씨의 바람대로 잘자라 주었다 .
"우쩐일로 이시간에 전화를 다했어?.."
'울... 엄마가 갑자기 보고파서 히 ....."
'별일이네 ... 이제 조금있음 퇴근시간아녀? .."
"에이 ... 엄마 이제 점심 시간 좀 지났는데? .. 오늘 엄마랑 밖에서 만나서 저녁 먹을까 하고 .. 나올래? 파 김치 냄새 싹 지우고 이쁘게하고 니올래?"
"..... 뭔일로? 뭔일있어? ..."
" 아니 ..꼭 뭔일있어야 외식하나? 엄마 먹고싶은거 사줄께 ..내가 . 뭐 먹고 싶어? 일단 나와요 .. 오케이? ...
이렇게 갑자기 딸과의 외식 약속이 정해졌다 .
해가 많이 짧아졌다 .
집에서 출발할때는밝았던 하늘이 어느새 어둠으로 드리웠다.
6시 조금 넘었을뿐인데 어둠속에 순례씨는 지나는 많은 사람들중에 한 사람으로 서있었다 .
" 오랫만에 시내 나오니 정신이 없네 ...." 순례씨는 혼자의소리로 이제 이런 외출도 별로라는 생각을하게됀다.
" 엄마 ~~ "
10마터쯤 거리에서 순례씨를 보며 딸 다혜가 달려왔다 .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아직 사춘기 같은 딸 ...
순례씨가 보기에는 어떤 하자도 없는어디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딸이건만 , 뭐가 모자라 아직 혼자인지 .... 달려오는 딸은 보며 순례씨는 작은 한숨을 내 쉬었다 .
" ㅎㅎ.. 나오는데 안힘들었어? .. 미안해 갈때는 나랑 가니까 괜찬아 ..ㅎㅎ 그렇지? 내가 차로 잘 모실께.. 미안해 엄마 이렇게 불러내서 .. 어디로 갈까?.. 음 뭐 맛난거 먹을까 엄마? 뭐 먹을래? "
" 머 먹긴 ... 기냥 짜장면 같은거 먹음되지 ..."
" 엄마 . !!!! . 짜장면 먹으러 여까지 내가 엄마 불렀을까 ..미쳐 내가 ... 나 오늘 한턱낼려고 엄마 나오란거지 그까지 짜장면 먹자고 엄마 나오랬을까봐? 그럼 짜장면 배달시켜 집에서 먹지 뭐하러 ... 아이 참 울 엄마 대단혀 ... "
" 오늘 먼날인데 ? 일단 네가 나오라해서 어떨결에 나오긴 했다만 .. 좋은일있어? .."
" 어 .... ㅎㅎ 있지 ..나 승진했지롱 ~~ .. 그럼 이제 좋은거 먹고 나랑 같이 축하 파티 해도 돼겠지? .."
" 잉? 승진했어? .. 은제? "
" 어 지난주에 말은 있었고 오늘 발표났지롱 ...ㅎㅎ"
여전히 딸 다혜는 장난끼 섞인 말과 행동으로 순례씨를 놀래키고 있었다 .
" 기집애 ,,그럼 진작에 언질이나 좀 주지 ... 잘했다 울딸 .. "
순례씨는 딸 민희가 자랑스럽기도하고 대견하기도해 그녀의 엉덩이를 두드려 주었다 ..
" ㅎㅎ 엄마 ... "
둘은 이렇게 어둠이 짙어져가는 밤을 찾아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