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어나 ~~ 야 ... 오늘 출근 안해? "
순례씨는 침대에서 너부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딸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 어찌 그리 퍼 마시고 들어왔누 ... 어떤 늠이 기냥 댈꾸 어디 엎어가도 모르게 떡이 돼가지고는 ..."
다행이 아무런일도 없이 들어와준 딸이 고맙기는해도 순례씨는 못마땅하기만했다.
"요즘것들은 술이 무선걸 몰라요 ,,몰라 ..ㅉㅉ "
순례씨는 혀를 차며 딸을 위해 찢어놓은 북어포를 불려 국을 끓이고 있었다 .
'생전에 죽은 남편도 안끓여줘봤던 술국을 딸년을 위해 끓이고 있네 ...'
어째도 상관없었다 .. 순례씨는 어쨌던간에 세상에 하나뿐이 딸이 다 였으니까 .
" 엄마 ~~ , 나 오늘 출근 안해도 돼 ,, 어제 일 마쳐 놓아서 오늘은 쉬기로했어 .. 울 엄마 정석대로 내가 일 빠져서 먼일 날까봐 난리 쳤구만 .. ㅎㅎ. 엄마 괜찬아 .. 나 오늘은 그냥 하루 잠옷입은채로 보낼꺼야 .."
딸은 컴퓨터 엔지이어다 . 어떻게 순례씨에게 설명을 해줘도 순례씨는 모른다, 딸 아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냥 어려운 일을 하는것 같아 가끔은 지인들에게 컴퓨터 일한다고 자랑스럽게 떠버리는정도일뿐 ..
" 이거 먹고 속이나 빨리 풀어 ..."
식탁에 국을 떠 놓으며 방에서 허프러진 머리와 잠옷차림에 딸을 불러앉혔다 .
" ㅎㅎ 울엄마 내 술국 끓였네 .. 언제나 한잔 하고 오면 끓여주는 해장국 ㅋㅋ 엄마 .. 땡큐 "
오늘도 딸은 자신을 위해 항상 맘써주는 엄마가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
30여년을 자신만 바라보고 살아온 엄마 ...
이제 그녀가 할수 있는건 어떤것이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
환갑을 지난 엄마는 나이에 비해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편이다 .
셰련된 모습은 아니나 그녀에게있어서 어떤 엄마보다도 멋진 엄마 .. 바로 그녀가 딸 민희 엄마 순례씨다 .
아무도 챙겨준 사람없이 굿굿이 딸하나와 앞만 바라보며 살아온 순례씨 .
마주 앉은 딸에 모습에서 그나이에쯤에 혼자가 됀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해 본다 .
혼자 남겨져 품에 있던 딸 ..
장례식에서도 아버지의 사진을 안고 사람들이 울고 애통해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 장지로 향했던 아이 ..
그 딸이 이제 그녀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벗이기도 했다 .
" 엄마 .. 파김치 맛나네 .. 근데 왜 사람들이 피곤하면 왜 파 김치 됐다고 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 표현도 참 잼나 ..ㅎㅎ 그리고 또 파 뿌리 ㅎㅎ 흰머리 파뿌리 되도록 이란 그런 표현도 ㅎㅎ뿌리는 다 흰데 하필이면 파 뿌리 ...ㅎㅎ "
"시끄러.. 쓸데 없는 소리 허지말고 식기 전에 빨리 먹어 .. 속 안아파? 약사다 주리? "
" 아니 .... 엄마 .. 엄마 딸 술 센거 몰라? 괜찬아 ..."
"으이그 .. 자랑이다 ..."
그래도 딸이 자랑스러운 순례씨 ...
오늘은 술국으로 순례씨는 하루를 시작한다 .
" 엄마 ~~~~ , 나 여기 사다놓은 노란색 티셔츠 어디다가 뒀어? "
" 무슨 옷? "
" 있잔아 지난번에 엄마랑 저녁먹고 들어오던날 , 나랑 엄마 소핑하면서 샀던 노란색 티 ..."
"어? ... "
" 아이 ... 어디 뒀지? ..엄마 안 빨았지? ..."
" 어 .... "
잠시 멍해졌다 ....' 노란색 티? 무슨 ?'
" 아 ~~ 여깃다 ... ㅎㅎ 엄마 내가 잠시 ..ㅎㅎ 이 안에 박아놨네 ... 쏘리 "
" 그때 너랑 샀었어 ? 그거? "
" 그래 .... 엄마는 핑크색 , 나는 노랑색 ... 왜 ~~ 엄마 그거 안입어봐? "
" 그랬나?? "
순례씨는 잠시 방으로 돌아와 자신의 옷장을 열어보았다 .
지난번에 딸과의 저녁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쇼핑한 기억은 ...
" 이거바 ... 엄마 여깃잔아 .. 안입어 봤구나 ..ㅎ 내가 잘챙겼네 ..우리 엄마는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안됀다니까 ..."
딸의 목소리가 멀리 들리는듯했다 .
'내가 정신이 없네 .... 이제는 잘 잊어버리고 ... ㅎ 나이들어가는거 맞네 .'
가끔 잘 잊어버리는 자신에 탓을 해보며 순례씨는 핑크색의 웃옷을 만지작거려보았다 ,
'곱다 .... 참 이쁘다 ....'
손에서 만지작 거려지는 딸이 사준 티 셔츠 ...
'곱다 ..... 곱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