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처럼 여울지다
그 날 이후로 며칠 째 교련복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더 이상의 갈등을 접고 이제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얼결에 내 자리가 되어버린 창가의 아지트에 나도 남들처럼 성을 쌓기 시작했다.국, 영, 수, 국사,,,등의 교재들과 머리 식힐 때 읽을 만한 소설책 몇 ..
7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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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평소 박선배의 집에서 우리집까지는 택시로 40여 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는데폭설이 내린 오늘은 아마 두 세배는 족히 걸릴 듯 했다.뿌연 습기로 뒤덮였던 璡의 안경알이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맑아지고 있었다.핸드백 속의 휴지를 꺼내줄까 하다 필요 없는 친절이 될 거 같아 못본 ..
6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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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벌써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느린 속도로 눈발을 헤치며 기어가는 차들도 점점 멀어져가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璡이 잔뜩 웅크린 채 내 옆에 바싹 붙어섰다. 그의 얇은 홑점퍼가 계속 마음이 쓰였지만 될수 있으면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택시..
5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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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각자 맺어진 짝끼리 마주 앉아 커플대화 시간이 되었다. 나와 璡은 처음부터 구석자리에 앉았던 나로인해 璡이 내 맞은편으로 옮겨와 구석자리에 앉게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이 불편한 내 성격상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대각선으로 떨어져 앉았을 때 보았던 그의 실루..
4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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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우울한 삼월이 시작되었다. 도서관 계단 양옆으로 울타리 치듯 빼곡히 서있는 개나리 나무 가지에 연두빛깔 작은 새싹이 막 움을 트고 있었다. 언제나 발끝만 내려다보며 하나 둘 계단을 세면서 오르내리느라 주변이 온통 개나리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
3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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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처음엔 죽고 못살 것 같은 사랑이 때론 애증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를 후려치는 배신으로 치를 떨게 만드는 인연이 바로 악연이라는 것이다. 璡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치를 떨게 한다는 표현을 처음으로 체험하게 만들어 준 희미한 기억속의 존재. 그저 한번쯤 아픈 ..
2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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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처럼 여울지다
- 눈오는데 일찍 퇴근 안해?박선배의 전화를 받고 반사적으로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 보았다. 이제 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리에 간간이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7층에서 내려다 본 퇴근길 풍경은 마치 검은 볼링공이 구르듯 사람들의 동그란 두상이 네거리 횡단보도 위..
1편|작가: 오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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