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큰 올케가 오빠의 짐을 실어보낸 모양이다. 좁은 베란다 뒤쪽에 오빠의 옷가지 등이 든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부부가 같이 살아내기도 힘들지만 일단 결심하면 헤어지는 것도 이렇게 순식간인가 싶었다. 하긴 서울과 제주도로 떨어져 살아서 못들..
10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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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전에 남편에게 환자를 비행기에 태울 때는 어떤 배려가 있는지 걱정이 되어서 혹시 아는게 있는지 물어보았다. " 전화걸어서 물어봐라." 신경쓰지 않고 싶다는 눈치였다. 그래도 남편이라고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항공회사에 전화걸어 물어보니 비행기를 타..
9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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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오빠는 큰 올케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나면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대곤 했다. 답답했던 나는 큰 올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아가씨! 나는 이제는 어머니와 다시 같은 집에서 살면서 부딪히고 싶지 않아요. 따로 사는 것이 힘들면 요양원에 보내자고 했더니 오빠가 싫..
8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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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엄마는 날로날로 허물어져 갔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병이 나으리란 소망을 버리지 않는 엄마가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폐에 구멍이 ?돋?기흉이라는 병은 젊은 남자들이 많이 걸리는 병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수술을 하면 간단히 고칠 수 있다고 했다. 의사..
7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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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다음날 아침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병어회를 뜨러 갔다. 수산시장에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병어가 있는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엄마말대로 조그마한 병어가 은빛비늘을 반짝이며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회는 오래두고 먹을 수도 없고 엄마가 또 조금 ..
6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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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날이 가면 갈수록 엄마의 몸은 쇠약해졌다. 돌보는 사람이 잠깐 없으면 식사를 제대로 안해 저혈당이 와서 혼수상태에 빠지셔서 주변 사람들은 놀라게 하는 바람에 하루에 50,000원씩 하는 간병을 써야했다. 하지만 간병이 하는 일은 몸닦아주고 밥 먹도록 권하고 이야기동무 ..
5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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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아이를 둘이상 둔 친구들에게 나는 가끔 물어보곤 한다. "자식들 중에 유달이 너하고 잘 맞고 예쁜 아이가 있니? 아니면 열손가락 물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맞아? " 친구들은 대부분이 애매모호한 대답을 하곤 한다. "다 아프지.그런데 부모와 자식간에도 궁합..
4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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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친정아버지가 아프시면서부터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었다. 엄마는 한정된 돈으로 대학신입생인 동생을 공부시켜야 했고 결혼은 했지만 대학원에 다니느라고 아직 직장을 갖지 못한 오빠의 딸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다행히도 큰 올케가 손재주가 있어 등공예강사 등으로 다소의 수입이 ..
3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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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친정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다니면서 아무 생각없이 앉아 있노라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부터 기울기 시작한 아니 어쩌면 그 때까지 내가 살면서 한번도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곳으로 온 식구들이 추락하던 때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봄냄새 가득하던 5월 어느날 대학교 신입..
2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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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손이 많이 가서 자주 만들지는 않지만 한 번 해 놓으면 아침식사로 2-3일은 먹을 수 있어 빵에 넣을 사라다를 만들기로 했다. 냄비에 물을 끓인 후 감자 세개를 넣어 삼으면서 나는 지난 해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떠올렸다. 엄마에게는 먹는 것이 참 중요했다. 어린 시절..
1편|작가: frag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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