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밖은 새 연탄을 가득 쌓아 놓은 것처럼 깜깜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일곱시가 채 안되었다. 잔업이 없다면 엄마는 일곱시에 퇴근을 할 것이었다. 느거 엄마, 오늘 우산 안 가 갔제, 미희야, 니가 좀 내리 가 봐라. 아버지가..
10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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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수경이 언니는 추석이 되기 전에 성구네 다락을 떠났다. 표면적인 이유는 병이 너무 깊어져서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데다 의사가 요양이 필요하다고 처방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수경이 언니의 병을 가장 먼저 알아 챈 사람은 윤경이 언니였다. “내 말이 맞아, 언니. ..
9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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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미현이는 열흘을 꼬박 아팠다. 온 몸에 발진이 돋고 열이 펄펄 나서 꼼짝도 못 하고 방에 누워 열흘을 보냈다. 수두에 걸렸다고 했다. 미현이 고모가 가게 일을 젖혀두고 미현이를 돌보았다. 희순이와 내가 걱정이 되어 들여다보고 싶어 했지만 엄마가 병이 옮는다며 그럴 수 ..
8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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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설거지를 하는 데 이마가 가렵다. 꾹 참고 설거지를 해 보려 하니까 점점 더 가려운 것이 미칠 것만 같다. 팔뚝을 쳐 들어 팔꿈치로 슥슥 대충 긁어 보는데 별 효험이 없다. 가려움은 점점 더 심해져서 마침내 나도 모르게 고무장갑을 잡아 당겨서 벗고 손으로 벅벅 긁고 나..
7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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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지금은 화장실이 다 집안에 있지만 예전에는 화장실이란 생활공간에서 가장 먼 곳, 그래서 대문간에 있었다. 일곱가구에 화장실은 단 두개였는데 아침이면 전쟁이 따로 없었다. 성구네에 하숙을 하는 언니들은 화장실 때문에 변비가 된다고 투덜거렸다. 집에도 화장실이 둘 뿐이어서..
6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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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버스에서 내려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십원짜리 다섯 개를 넣으니 띠--,하고 긴 기계음을 낸다. 나는 집 전화번호를 누른다. 딸깍,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약간 끊기는 듯 어리고 어색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범수다. 눈물을 목으로 꿀꺽 삼키면서 범..
5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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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대학 앞에는 유난히 키 큰 은행나무가 많이 서 있었다. 잎은 한껏 노랗게 물들어 제 스스로 취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비, 노란 비. 버스 정류장은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밝은 주황색으로 염색을 한 여학생 하나가 정류장 의자에 와서 앉는다. 손에는..
4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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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겉으로는 고요하기 짝이 없는 일요일 오후다. 아이들은 낮잠에 들었다. 새벽부터 머릿 속을 떠돌던 얘기들은 아직 다 정리가 되지 못 하고 내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되어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것들은 추억의 파편들이다. 소설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나니 왜 그렇게 많은..
3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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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결혼 한 지 오년, 나는 자꾸 십년 전에 꾸던 꿈을 다시 꾼다. 생산직에 일을 하던 그 때에 나는 늘 잠이 깊지 못 했다. 눈을 감으면 내가 거대한 아메바로 변신하여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스르르 허물어져 내리는 꿈을 꾸었다. 십년에 변하던 강산을 하루에도 바꾸어 놓을 ..
2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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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아침 잠이 많은 나는 아침을 준비하지 못하는 날이 준비를 하는 날보다 많다. 그러나, 커피는 꼭 타야한다. 남편은 커피를 좋아한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용납되어도 아침 커피를 거르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한 날은 식사를 하는 동안 커..
1편|작가: ggu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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