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눈다는 것은...
며칠전부터 토란줄기를 까서 볕에 말리는 중이다.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바싹 마르지 않아 오늘도 바깥에 내다 널었다. 옆 동에 또래 아줌마가 돗자리를 깔아놓고 앉아 있었다. 40키로 들이는 되어 보이는 자루를 옆에 놓고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바금이가 ..
13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59|2005-09-12
사진
1995년 6월이었으니 올해로 만 10년이다. 거의 지갑면허 소지자로 낙인 찍힌 신세지만 세월은 오차없이 흘러 10년이 되자 면허갱신하라는 친절한 안내장이 날아왔다. 생일을 기준으로 3개월 유예기간을 주었다. 바쁜일도 없이 한 달을 허비했다. 이러다가 아까운..
12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41|2005-09-09
오늘은 맑음
어머님의 담석 증상이 가라 앉게 되어 아버님을 모시는 일은 당분간 유보되었지만 어머님의 불같은 성화는 그치지 않으셨다. 이십년을 넘게 지내다 보니 어머님의 목소리 높이로도 심기를 알아차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을 하게 되었다. 노부모에게 전화 한 통이 가장..
12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1,977|2005-09-06
칠 다시 십일
모임에서 점심을 먹으로 가다가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멈추었다. 마침 신호등 건너편은 편의점이었는데 점심 특선을 알리는 광고가 나붙어 있던 것을 눈 밝은 아우가 읽고 있었다.(40대 초반) "점심은 칠(7) 다시(-) 십일(11)에서" 읽고 난 아우가..
12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77|2005-09-06
알밥이
작은딸이 친구들과 전화 통화중이었다. 한참 떠들더니 "너,알밥이 들어왔니?" 그러곤 그녀들의 수다는 계속이었다. 엿듣는 거 싫어하는 아이들이지만 나는 엿들은게 어니고 그냥 들려서 들은 것 뿐이다. 그런데 그만 참견 하다가 된소리 듣는다. 나;니 친구 ..
126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90|2005-09-06
아줌마 같어
웨이브 없는 머리를 주로 했었는데 친구들이 웨이브 넣으면 드라이를 해도 힘이 있고 탄력이 있다고 해서 그리 해보기로 했다. 사람도 히마리가 없어 뵈는데다 머리카락까지 힘이 없고 가늘어서 퍼머가 잘 풀린다. 그래서 웨이브를 좀 강하게 넣었었다. 여자[나 ,..
125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64|2005-09-06
개도 주인 닮는겨
나는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 강아지도 송아지도 심지어 병아리도 못 만진다. 몇 해전에 바로 옆집에 요크셔트리아라 하던가 뭐 이름은 길고 발음도 어려운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 강아지가 무척 앙칼졌다. 만져주지는 못했지만 허구헌날 눈길은 주..
12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53|2005-09-06
선물
어제가 큰딸랭구 생일이자 내 첫출산기념일이었다.생일 선물로 작은 딸이 속옷을 사준것 같고나야 미역국 끓여주면 되지. 그런데 갑자기 티미한 내 머리에서도 번득이는그 무엇이 있었다.얼마전에 금융권 정기총회에 가서 받아온 우산이 있었다.삼단짜리 비우산인데 색깔도 괜찮고 우..
12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23|2005-09-06
내 눈 내가 찌르다
좀처럼 울리지 않는 휴대폰이 소리를 내었다. 고장은 아니었다. 작년 봄에 고갈비 점심 같이 먹은 후로 한 번 보자 보자 하던 것이 해를 넘긴 친구다. 거 좀 어지간하면 바쁜척 좀 고만하고 얼굴 구경 좀 하잔다. 세탁기도 거의 다 돌았고 청소기만 밀면 ..
12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23|2005-09-06
선이 분명한 남자
아침에 세수하고 스킨을 바르는 남자가 스킨을 손바닥에 흘려 싹싹 비벼설랑 얼굴에 갖다 댄다. 손바닥이 스킨을 다 먹어버리고 정작 얼굴에는 냄새만 바르냐고 핀잔을 주다가 설핏 본 남편의 옆모습에서 깊은 주름을 하나 보았다. 귀 뒤로 해서 턱을 잇는 얼굴 뒤쪽이 ..
12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80|2005-09-06
신문에 나면 어쩌지?
어깨죽지가 천근만근 늘어지듯 쳐진다. 기지개도 어렵고 브라쟈 후크 여미기도 어렵다. 오십견인가..오십은 안됐으니 그럼 사십육견인가. 그런 병명(?)은 아니라고 하지만 꾀병처럼 기분 나쁘다.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녀보지만 매번 성가시기도 하다. 집에서 핫팩으로 찜..
12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41|2005-09-06
시장 가십니까?
갑자기 모임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바쁘게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관리실 문 앞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평소에 나를 형수님이라 부를만큼 편한 사이기도 한 사람이다. [어디.. 가십니까?] 대개는 궁금해서라기 보다 그냥 인사로 이렇게들 묻는다. [으응...
11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94|2005-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