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이었으니 올해로 만 10년이다.
거의 지갑면허 소지자로 낙인 찍힌 신세지만
세월은 오차없이 흘러 10년이 되자 면허갱신하라는
친절한 안내장이 날아왔다.
생일을 기준으로 3개월 유예기간을 주었다.
바쁜일도 없이 한 달을 허비했다.
이러다가 아까운 과태로 물게 되면.. 안되지.
최근 6개월 이내의 사진이 필요했다.
가만있자..내가 최근 6개월 이내에 찍은 사진이 있던가.
주민증 새긴지도 5년이 넘었고,
남들 다 가지던 여권도 만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이력서 낼 일도 없었고,
증명사진이 있을 턱이 없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를 했다.
분도 바르고 입술도 바르고 눈썹도 그리고 마스카라도 조심스럽게 올렸다.
드라이도 넣었다.
며칠 전에 자른 머리가 짧아서 목이 많이 드러난다.
휑한 목을 감추고 싶은데 여름 옷이 대부분 목이 드러나
상반신만 나오는 사진이라 좀..그렇다.
마침 비가 부실부실 내리는 터라 날씨를 트집삼아
내가 좋아하는 색깔인 수박색 폴라티를 꺼내 입었다.
반소매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카메라폰으로 미리찍기를 해봤다.
목이 훤히 드러나는 셔츠보다 아무래도 내게는
목이 감춰지는 이 옷이 낫다.
이런 내가 소심해 뵈는지 딸은 그냥 웃기만 한다.
우산으로 적당히 숙인 얼굴을 감추고 사진관을 찾았다.
때이른 차림새의 내가 의아한 건 아저씨도 마찬가진가 보다.
실물보다 잘 나오게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아저씨의 주문대로 고개는 이렇게 어깨는 저렇게
웃음은 더 크게,시키는대로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어떤 모습으로도 자신있고 당당하게 사진찍기를 하던 때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사진찍기가 겁나고,뒷자리에 서게 되고,
가까이 서기에 부담스럽다고들 한다.
그러나 사진 속의 모습은 멈추어진 시계이다.
어떤 모습이던 그 시절의 나다.
지금 당장은 흉하다 싶어도 내일이면 그리워질 오늘의 내 모습이
남겨지는 가장 소중한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 내 모습을 몇 년 후에 '그때가 좋았지..'
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바람좋고 볕좋은 날,애써 다듬지 않은 나의 본모습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쓸어 올리는 평범한 포즈의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충동질을 토하게 하는 날이다.
그 사진이 비록 주름살 드러나고 햇빛에 찡그린 한 쪽 눈이
감기운채 찍혀진 사진일지라도 훗날 마흔 중고개의 나를
기억하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