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극치
온몸이 쑤시면서 氣와 힘이 다 새어 나가는 것 같았다. 몇 해 동안 축적만 되어 있었지 발산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던 스트레스가 느린 걸음으로 몸뚱아리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조깅화 끈을 졸라매었다. 야트막하게 엎드려 있는 뒷산으로 숨이 목까지 차 오르도록 뛰었다. ..
213편|작가: 蓮堂
조회수: 1,733|2005-04-07
남편의 뒷모습
언제부터인가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맘은 항상 편치 않았다. 구부정한 남편의 등뒤로는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문틈을 비집고 들어올려는 칼바람 같기도 한 쇳소리가 쉬임 없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쉰을 훌쩍 넘어버린 나이지만 어깨에 짊어진 ..
212편|작가: 蓮堂
조회수: 1,730|2005-04-05
내가 알몸이 되어야 하는날
누구나 듣기 싫은 소리하면 일단은 언잖거나 불쾌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이 비록 나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왠지 꺼리게 된다.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를 갖추기 전의 일이라면 더 당혹스럽고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일단은 ..
211편|작가: 蓮堂
조회수: 1,495|2005-04-02
편 가르기
우리 집에서 난 열세의 자리에 있다. 남편을 비롯한 아이들까지 모두 金가이다. 하긴, 내 姓을 고집할 수 없는 우리나라 가부장 제도에다가 종 주먹을 들이대어야겠지만 굳이 내 姓을 따르길 원치 않는다. 왜냐구?? 자칫 호로 자식이라는 둥 사생아는 둥.....둥둥거리는 ..
210편|작가: 蓮堂
조회수: 1,396|2005-04-01
어느날의 외출
모처럼의 나들이에 방심이 불러 온 결과는 기차표 좌석권이 없다는 거였다. 중앙 고속도로가 개통되어서 승객들이 고속버스로 발길을 돌린 탓에 운수업자들이 호황을 누리는 반면에 철도청은 적자에 허덕인다는 보도를 접한 게 어제오늘이 아니라서 마음놓고 기차 시간 임박해서 표를 ..
209편|작가: 蓮堂
조회수: 1,650|2005-03-30
난 가출했던 여자?
남편은 나를 보고 가출의 경력이 있는 전과자라고 은근히 깎아 내렸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난 가출이 아니고 잠시의 외출이었다고 반박을 해야 했다. 남편이 가출이라고 우기는 것도 내가 집을 나갔다는데서 비롯되었지만 난 집을 나간 게 아니고 잠시 바깥에 돌아다니고 왔다고..
208편|작가: 蓮堂
조회수: 1,563|2005-03-27
눈 내리는 날의 단상
언젠가 본 역사 드라마가 생각났다. 시대적인 배경이 조선시대의 4월달 - 아마 임진왜란을 촬영한 것 같았다 - 인 것 같았는데 그신(scene)을촬영하는날 애꿎게도 눈이 내렸나 보다. 야외촬영의 맹점은 하늘을 어길수 없는 섭리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보니눈 내리는..
207편|작가: 蓮堂
조회수: 1,454|2005-03-24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방을 둘러봐도 웃는 사람이 없었다. 환자나 보호자 모두 웃기는 커녕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힘든 표정으로 박제된 날짐승을 닮아가고 있었다. 병상 밑에 마련된 보호자석은 한 몸 눕히기에 적당한 크기였지만 천장을 쳐다보고 누운들 편하지 않았고 벽을 보고 누워도 암담하기만 했..
206편|작가: 蓮堂
조회수: 1,402|2005-03-23
연리지 그리고 비익조 처럼
친정 어머님이 폐렴으로 입원 하셨다는 연락을 받은 내 발걸음은 동동거리는 소리를 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내 눈과 귀는 밤낮으로 팽팽하게 당겨 있어야 했다.여든을 넘기신 아버님과 그리고 그 뒤를 놓칠세라 부지런히 따라가시는 어머님의 연세도 여든을 먼 거리에 두..
205편|작가: 蓮堂
조회수: 1,470|2005-03-22
화는 왜 내냐구
작가 :그린미 남편은 못 말리는 선천성 다혈질이다. 두 마디만 건너가면 얼굴색깔이 대춧빛으로 염색이 된다. 머리위에 냄비 얹으면 끓고도 남을 열을 발한다.언성도 높아진다. 말도 더듬는다. 그러나 궤변에 익숙해진 남편의 말에..
204편|작가: 蓮堂
조회수: 1,660|2005-03-04
둔한 여자의 비애
난 내가 영리하고 총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그 이유는 일이 터지고 난뒤에 득달같이 달라붙는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후회는 할수 없었다. 알고서 행한게 아니고 정말 숙맥같이 모르거나 깨우치지 못한 불찰을 후회의 대열에 끼워 넣을 만큼 뻔뻔하지 못했기 때문..
203편|작가: 蓮堂
조회수: 1,920|2005-03-02
Oh, My God!!
딸 아이가 누군가와 긴 통화를 하고 나더니 회색이 만연하여 팔짝팔짝 뛰었다. "엄마 ...엄마.. 냉장고 하고 세탁기 해결 되었어요" 자취 살림 마련 할려고 동분서주 하고 있는 나에게 제발 새것은 장만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 하였으나 남편이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새..
202편|작가: 蓮堂
조회수: 1,667|200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