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
하루 종일 나를 찾는 사람도 내가 찾을 사람도 없었는가 하면 걸려온 전화 한통 없는 날이었다. 그동안 혹시라도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아서 세상 한 쪽 귀퉁이에 멀찍이 밀려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의심으로 온 몸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사흘간의 나들이 여운이 아..
285편|작가: 蓮堂
조회수: 1,514|2007-02-06
이런 사람 하나 있으면.....
갓 시집 온 새 새댁이 한 집에 사는 시삼촌에게 두 눈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할말 다한다. 개개인의 개성이 다르니 서로에게 간섭하지 말고 신경을 끊으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 봐 주기 싫으면 나가 살라고 그런다. 명절엔 서로 자기 집에 가서 명절을 지내야 된..
284편|작가: 蓮堂
조회수: 1,838|2007-01-10
술 등신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 굳이 주량을 들먹이자면 맥주 한잔이 고작이지만 어느 좌석에서든 술 못 마신다는 소리는 입버릇처럼 달면서도 엉덩이 들이민다. 애주가인 아버님과는 달리 하다못해 막걸리 한잔도 입에 넣지 못하시는 어머니를 닮은 탓이지만 구구한 설명 보다는 체질에 ..
283편|작가: 蓮堂
조회수: 1,852|2006-12-27
죄 짓고는 못 살아
딸아이의 풀죽은 소리를 들은 게 한참이나 되었지만 이런저런 방법만 내걸었을 뿐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 해 주지 못했다. 사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사태를 간단하게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는 인생살이의 법칙을 무시한 조그마한 실수가 딸아이를 며칠동안 우울하게..
282편|작가: 蓮堂
조회수: 1,821|2006-11-06
뒷거래
친정에만 다녀오면 내 지갑은 항상 빈 죽정이 마냥 등과 배가 맞붙기 일쑤였다. 아버님이 맑은 정신으로 살아 계실 때는 엄마 몰래 서 너 번 접어서 손가락 굵기만 한 지폐 서 너 장을 손에 쥐어 드리며 입단속을 시켰고 또 아버님 몰래 엄마에게 드리며 두 눈을 꿈벅 거..
281편|작가: 蓮堂
조회수: 1,591|2006-10-29
그땐 정말 미안했다.
하늘이 끝 간 데 없이 높고 투명 한 날 남편을 따라 나선 곳은 외로운 구름이 하늘로 오른다는 의성 등운산(騰雲山) 고운사(孤雲寺)였다. 신라 문무 왕 원년에 세워진 사찰로 처음 이름은 고운사(高雲寺)였으나 신라말기 불교와 유교, 도교에 통달했다는 고운(孤雲) 최치원(..
280편|작가: 蓮堂
조회수: 1,708|2006-09-30
\'어디엔가 있음\'
‘어디엔가 있음’. 내 가계부 지출목록에 한 가지 더 늘어난 항목이다. 25년 동안 써온 가계부를 매일 기록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에 지출한 것도 기억이 가물거려서 잔액을 계산하면 항상 구멍이 생기기 일쑤였다. 매일 생긴 구멍이 한달을 채우니 적은 액수가 아니..
279편|작가: 蓮堂
조회수: 1,534|2006-09-18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남하고 잘 다투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급한 맘에 앞뒤 안 잰 불찰인지 몰라도 돌아서면 금방 후회 할 일을 해 놓고 몇 시간을 끙끙 앓아야 했다. 벼르고 벼르던 거실장을 남편의 큰 수술을 앞둔 싯점에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무리를 해서 들여 놓았다. (할 건..
278편|작가: 蓮堂
조회수: 1,570|2006-09-11
[꿈] 개꿈도 꿈이건만
시골에서 초등학교 일학년을 다녔다. 오빠들을 따라서 시오리길을 타박걸음으로 일년간 다니고 보니 학교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학교 앞에 사는 꿈을 꿀 때가 많았다. 그 꿈은 자식 교육을 최고의 결실이라고 생각하신 아버님의 의해서 마침내 현실로 이어져 읍내로 - 학..
277편|작가: 蓮堂
조회수: 1,655|2006-09-06
친정의 힘이란......
올해 서른 세 살 된 친정조카가 공학박사학위를 땄다. 그 어려운 박사코스 밟은 지 7년만이다. 어릴 때부터 신동(神童)이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십팔 개월 만에 한글을 깨우치고 천자문을 익혔는가 하면 암기력과 수리력이 뛰어나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착각들을 하기도 ..
276편|작가: 蓮堂
조회수: 1,554|2006-08-21
나는 속 없냐?
끓는다. 부글부글 허연 거품이 온 핏줄을 타고 발버둥치듯 요동하다 못해 발악을 해 댄다. 내 속이 끓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는 어떠한 속앓이가 가슴팍을 치고 올라와도 속으로 구겨 넣고 삭이던 재주가 스무 해를 한참이나 넘긴 오늘 아침 수해에 안양..
275편|작가: 蓮堂
조회수: 1,600|2006-07-26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우리가 어렸을 때 흔히들 묻는 말이 있다. ‘장래 희망이 뭐냐?’ 아니면 ‘존경 하는 인물이 누구냐?’ 이렇게 물으면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의 대답은 다르다. 남자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대부분 ‘장군’이나 ‘대통령’ 그것도 아니면 유명한 과학자를 꼽을 것이고..
274편|작가: 蓮堂
조회수: 1,800|200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