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는 작은 새
교사 발령이 난 딸 아이의 짐을 챙겼다. 자취짐이 매듭도 풀지 않은채 한쪽 구석에서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가 이젠 제자리로 가기 위해서 다시 내 손끝으로 풀려 나왔다. 이젠 사회인으로서 챙겨가야 할 품목들이 더 추가 되었기도 하지만 아이의 체취가 담긴 소지품들을 다..
201편|작가: 蓮堂
조회수: 1,451|2005-02-22
멋 대가리 없는 남편
경상도 말로 멋없고 재미없는 사람을 일컬어서 '멋 대가리가 없다'라고 한다. '대가리'란 말은 '머리'의 속어지만 그렇다고 '멋 머리가 없다'라고 할수는 없잖은가. 그러나 속된말로 한바탕 퍼부어 놓으면 왠지 통쾌 상쾌 유쾌의 경지에 오른다. 울 남편 한마디로 '멋..
200편|작가: 蓮堂
조회수: 1,954|2005-02-19
또 나오냐?
"엄마 내일 쯤 갈께요" "머?? ...또 나오냐?" 설날 다녀간 아들녀석이 또 나온다고 전화를 했을때 맨 먼저 터져나온 나의 일갈이다. 이녀석이 군대 간 녀석인지 사회 생활 하는 녀석인지 햇갈릴 때가 많다. 입대 하기 전보다도 더 자주보게 되고 더 자주 통화한..
199편|작가: 蓮堂
조회수: 1,485|2005-02-18
딸자식은 눈물이련가
딸아이를 생각하면아직도 가슴 한 가운데가 뚫려있는 듯한 찬기운을 품어야 했다.벌써 스물다섯해를 얼기설기 보내버린 데 대한 한자락의 후회와 아픔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예정일을 보름 앞 당겨 나온 딸아이는 2.4 kg의 엄지공주 같은 몸으로 나와 마주 했을때 경이로움과 기..
198편|작가: 蓮堂
조회수: 1,538|2005-02-17
내 안의 나
새벽 여섯시 반이면 한치의 어긋남 없이 알람이 나를 깨운다. 종교방송을 시작으로 밤새 뒤척이던 잠자리에서 귀부터 열리는 일상이다. 촛침 돌아가는 소리까지 잠속으로 다 불러 들여야 하는 불면증이며칠 째 계속 되다보니 하루가 맑질 못하고 흐릿하게 구름속을 헤집는 기분이..
197편|작가: 蓮堂
조회수: 1,832|2005-02-15
난 시집 잘 온 여자??
가끔씩 생각해 보는 게 있다. '나는 과연 시집을 잘 온걸까.............' 그 답은 나 자신 밖에 내릴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지만 지금껏 살면서 이게 정답이라고 명확하게 결론 내린 적은 없다. 다만 잘못 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썩 잘 온 시집은 아니라..
196편|작가: 蓮堂
조회수: 1,561|2005-02-10
방앗간 집 머슴
"좀 흘리지 말고 빻아요....아깝구만"방앗간 하는 시동생을 도운 답시고 며칠째 강행군을 하고 있는 나에게 제일 처음 떨어진 어떤 할머니의 타박이었다.설 명절을 앞두고 그동안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던 나에겐 소일거리이기도 해서 한달음에 쫓아 나갔지만 엉거주춤하게 서투른..
195편|작가: 蓮堂
조회수: 1,452|2005-02-07
누가 보믄 우짜라고요
답답해서 아파트 뒷산을 찾았다. 괜시리 몸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긴것 같았다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해 진다는 걸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딸아이까지 교원 연수 받는다고 집을 떠나고 나니 갑자기 더 넓어진 것 같은 집안이 오히려 답답증을 불러왔다. ..
194편|작가: 蓮堂
조회수: 1,513|2005-02-05
그 남자가 삐쳤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삐치는 횟수도 늘었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곧잘 삐친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졌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시시콜콜 간섭이 늘어났다. 아침 운동 가자고 재촉을 한다 낯선 동서네 집에서 운동복 차림 ..
193편|작가: 蓮堂
조회수: 1,868|2005-02-02
난,빽도없고 힘도 없는 여자
난, 빽도 없고 힘도 없는 가엾은 여자다 밀면 그냥 동그랗게 몸 말면서 떼굴떼굴 굴러갈수 밖에 없는 사지가 잘린 여자다 입은 붙어 있다지만 말발이 옳게 서지 않는 있으나 마나한 입 달고 반세기를 살아왔다. 그냥 목구멍에 밥 쳐 넣는 구실밖엔 하지 못하고 있는..
192편|작가: 蓮堂
조회수: 1,699|2005-01-31
어떤 이야기
한 노처녀가 노총각하고 맞선을 보았다. 마주앉은 남자는 수더분하고 넉넉해 보였다. 말수가 적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딱 부러지는 반듯함도 보였다. 탐이 나는 남자였다. 결혼하고 싶었다. 여자가 가족이 몇이냐고 물었다. 어무이하고 남동생 하나라고 했다. 단촐하..
191편|작가: 蓮堂
조회수: 1,446|2005-01-26
복 터진 놈??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와락, 눈앞에 맞닥뜨린 좌판의 물건들을 보니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주섬주섬 풀려 나온다. 일명 '번개시장'으로도 불리는 이 재래시장은 5일장의 대표적인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인근에서 점포를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입김과 행정당국의..
190편|작가: 蓮堂
조회수: 1,596|200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