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 쯤 갈께요"
"머?? ...또 나오냐?"
설날 다녀간 아들녀석이 또 나온다고 전화를 했을때 맨 먼저 터져나온 나의 일갈이다.
이녀석이 군대 간 녀석인지 사회 생활 하는 녀석인지 햇갈릴 때가 많다.
입대 하기 전보다도 더 자주보게 되고 더 자주 통화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쉬는 날이 많아서 실질적인 군복무기간은 절반도 안되는 것 같다.
함부로 땡땡이 칠수 있는 조직이 아닌 줄 알면서도 어떨때는 걱정이 될때도 있다.
첫 외출 나왔을때만 해도 버선발로 부등켜 안고 눈물 찔끔 거렸는데 그날 이후로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나와서는 일요일 밤에나 월요일날 귀대한다.
군 부대와 가까이 사는 지 고모는 매주 이녀석만 오면 한다는 첫소리가 '또 왔냐?'다.
집은 멀리 있는 관계로 지 고모만 매주 조카녀석 멕이고 재우느라고 진을 뺀다고 나에게 은근히 공치사 했을때 아들녀석에게 한마디 쥐어 박았다.
"이 녀석아,나오지 말고 그냥 부대 안에 죽치고 있어라...쫌!!......"
내말에 아들녀석은 서운한가 부다.
"엄마 ,여기 있으면 하루종일 스트레스 얼마나 받는 지 아세요?"
"이녀석아 너같이 편하게 있는 녀석이 무슨 스트레스 운운 하냐?"
"참내..엄만 뭘 모르셔....하루종일 양키들하고 입씨름 해 보세요..말이 백프로 다 통하는것도 아니고......나도 한국말 좀 하고 듣고 살자구요..."
아..그런일도 있구나.
"그럼,.... 온나 이녀석아"
하나마나 한 허락을 하고 보니 내가 괜한 소리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별로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도 집에 오면 밥을 두그릇이나 비운다.
"너 굶고 사냐?"
물론 아닌줄 알지만 입이 워낙 무거운 녀석이라 답을 얻어 내자면 고차원적인 질문으로 결론부터 내려야 입이 열리는 녀석이다.
"참내..엄만..주식이 양식이니까 입에 안 맞죠..밥이래야 양식에 곁들여 나오는 게 고작인데 이 덩치 큰 짐승이 그걸 먹고 배기겠어요?"
볼이 미어터지게 우물거리는 아들녀석이 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로마 사람 되기엔 이른가 부다.
부대안에서의 대화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입을 열지 않는다.
말하자면 영어 실력이 그래도 좀 늘었는가가 더 궁금했다.
끝내 입을 열지 않는 녀석이 한마디 툭 던진다는 소리가.......
빠다냄새 나는 말 지겨워 죽겠는데 집에서라도 좀 잊고 살자고 한다.
룸메이트까지도 흑인이다보니 더 죽을 맛인 모양이다.
입대한지 겨우 5개월.
아직도 이등병 주제에 누릴 건 다 누리고 사는 녀석이 불평을 했을 때 기가 막혔다.
폰을 가지고 간지 20여일 밖에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전화요금이 10만원을 넘기자 내가 펄쩍 뛰었다.
남편이 입떼기 전에 미리 입에 거품을 물었다.
"이녀석 폰 압수해요..군바리 주제에 폰이라니!!....."
물론 나보다 더 펄펄 뛸 남편의 입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눈물겨운 모정이라는 거 아들녀석은 모를거다.
이럴 경우 남편은 100% 너그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왔기에 내 연기는 매번 만점이었다.
" 됐네, 이사람아....다음달에는 좀 아껴쓰라고 그러면 되지 압수는 무슨....."
일단은 성공이지만 아들녀석의 사고에 문제가 있음은 인정하고 들었다.
요즘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고들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런 얘기 군대있는 아이들에게 했다간 뺨 맞는다.
'니들이 군대를 아느냐........'
물론 모르니까 대충 공중에 떠도는 얘기 긁어 모아서 만들어 낸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건 아들녀석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은근히 물어 봤다.
"너 군대서 개인적으로 맞은 적 없냐?"
아들녀석은 펄쩍 뛴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구타를 하냐고..절대 없다고 강력히 얘기 하는데 안심을 했다.
구타 = 영창이라고 한다.
논산 6주만 힘들었고 자대배치 받고 부터는 편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준다고 했다.
"너같이 특수한 부대만 그렇지 다른 부대도 그러냐?"
다 똑 같다고 그런다.
얼마전 논산 부대서의 인분 사건을 얘기 하니까 웃는다.
군인봉급도 오르고 군대서도 인터넷을 통해서 학점도 딸수 있고 시간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들녀석의 해이해진 사고로 과연 한가지라도 내것을 만들어서 제대할지 의문이다.
군대서 눈물밥도 먹고 무릎 벗겨 지도록 고된 훈련을 받아서 강한 인간으로 가듭 나길 바랐던 내 희망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고생좀 해야 한다고 했을때 날보고 '계모'냐고 물었던 녀석이다.
계모소리 들어도 좋으니 제발 좀 변해서 제대하라고 했다.
아들녀석은 솔직히 내 맘에 반도 안 찬다.
그렇지만 자식이니까 품안에 안고 오냐오냐로 키웠는데..........
아들녀석 입대시키고 가슴 아프게 눈물 찍어낸 게 은근히 억울하다는 생각드는 게 요즘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