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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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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 대가리 없는 남편


BY 蓮堂 2005-02-19

 

경상도 말로 멋없고 재미없는 사람을 일컬어서 '멋 대가리가 없다'라고 한다.

'대가리'란 말은 '머리'의 속어지만 그렇다고 '멋 머리가 없다'라고 할수는 없잖은가.

그러나 속된말로 한바탕 퍼부어 놓으면 왠지 통쾌 상쾌 유쾌의 경지에 오른다.

울 남편 한마디로 '멋'이라곤 개미 머 만큼도 없다.

경상도 특유의 투박한 억양은 지리상의 단점이라고 치지만 도대체가 감성지수(EQ)가 얼마인지 궁금하다.

 

집안에 난향이 온갖 잡내음을 압도 하듯이 코를 찔러도 코 한번 벌름 거리는 걸로 끝난다.

꺾어다 놓은 진달래가 만개를 해도 개 머루보듯 한다.

딸아이 졸업식때 받은 노란 카네이션을 내딴에는 온갖 재주 부려서 꽃꽂이를 해서 식탁위에 올려 놓아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걸리적 거리니까 한쪽 구석에 치우라고 한다

베란다에 연산홍이 때 이르게 흐드러 졌건만 쳐다보는 눈길은 시큰둥 하다

 

"이봐요......꽃이 이렇게 만발하면 감상문이라도 읊어야 되는거 아뉴?"

"야단시리구네....실내온도가 올라가면 꽃은 피는거 아냐?"

"이 겨울에 꽃 보는 즐거움 아무나 해요?"

"꽃집에 가면 쌨다"

"그래도 내가 정성을 쏟아서 꽃을 피웠잖우"

"그정성 나한테 함 쏟아보시지."

빨래 비틀어 짜듯이 내 성깔을 틀어쥐고 진기를 빼 놓는다.

 

난 팝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둘이서 차를 타고 가면 난 꼭 팝을 틀어놓고 지그시 눈감고 흥얼 거리는데  난데 없이 뽕짝이 나온다.

남편이 자기 취향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럴땐 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어진다.

 

난 外畵를 즐겨 보는 편이다.

남편은 시사프로만 죽어라고 고집을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재미없는 정치인들의 공방전을 즐기는 수준으로 본다.

 

그 옛날 새각시 시절엔 둘이 외출하면 벼락이라도 때릴듯이 기피한다.

장난삼아 팔짱한번 낄려다가 두눈을 히번덕거리며 밀쳐냈을때의 그 무안함과 불쾌감은 그이후로 남편의 팔과 나하고의 인연을 끊기에 이르었다.

어쩌다가 외출할 일이 생기면 서로 멀찍이 떨어져서 마치 남인양 행세했다.

 

오늘은 내가 등단한 잡지사에서 시상식을 갖는다고 연락이 왔다.

작가패와 상패를 수여 한다고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하는데...

남편의 '멋'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갈뜻을 비추었더니......

"머 하러 가??.........택배로 부쳐 달라고 그래........씰데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서 용기내고 대 들었다.

"남들은 꽃다발 사주면서 다녀 오라고 한다는데.....세상에...."

남편은 순간 아차 싶었는지 마지못해 다녀 오라고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거리도 멀었지만(서울) 남편의 찬물 끼얹는 언사에 난 주저 앉았다.

 

어느 하나라도 나하고 코드맞는게 없다.

그런데도 24년을 줄기차게 한 이불 덮고 살고 있다는 게 불가사의하다.

분명한 건 마누라는 무지 아껴준다는 것.......

그 빽 덕분에 따신 밥 먹고있다.

 

이렇게 미주알 고주알 고자질 하는 나는 멋이 있냐고 물으면....

나도 멋대가리 없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