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빽도 없고 힘도 없는 가엾은 여자다
밀면 그냥 동그랗게 몸 말면서 떼굴떼굴 굴러갈수 밖에 없는 사지가 잘린 여자다
입은 붙어 있다지만 말발이 옳게 서지 않는 있으나 마나한 입 달고 반세기를 살아왔다.
그냥 목구멍에 밥 쳐 넣는 구실밖엔 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머리는 있으되 옳게 한번 굴려 보지도 못하고 목이 있으니 그냥 붙어 있을뿐이고
가슴은 있되 이미 식어버린 핏방울 펌프질 했지만 응고된지 오래였다.
그 남자는 고집이 세었다.
멀정한 컴퓨터 테이블 해체하고는 앉은뱅이 책상 위에다가 떡하니 얹어 놓았던게 2년전이었다.
쓰기가 불편해서 원상복구 하자고 했지만 버럭 소리 지른다.
이게 쓰기가 더 편하니까 군소리 말란다.
한번 거부 당하면 두번다시 입에 올리거나 졸라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포기하는게 더 속이 편했다.
롱다리 아들녀석은 쓸때마다 죽는 시늉을 했다.
그 남자에게 건의를 했으나 결론은 '멍~~멍~~'이었다.
긴다리 접어서 책상 밑으로 구겨 넣으면 10분도 안되어서 마비가 온다며 투덜대었다.
그 남자는 롱다리가 아니어서 별로 불편한줄 모르는 모양이다.
그렇고 그런말로 베겟머리송사 라도 벌리면 혹 소득이 있을지 모르나 그건 내가 제일 치사하게 생각하는 모사기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까짓거 안쓰면 그만이지..........
불편한게 몸에 배이니까 그게 편한걸로 굳어졌다.
그런데 딸아이가 메스를 들었다.
"아빠,...이렇게 불편하게 사실게 뭐 있어요?..테이블로 다시 바꿔요.."
그 남자는 두말 않고 OK 사인을 주고 한밤중에 컴퓨터 옮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내 말한마디는 완전히 개짓는 소리였고 딸아이 한마디엔 입을 귀에 걸고 승낙했다.
"이게 여엉 편하구만................"
문인협회 미팅이 있어서 저녁에 나가야 했다.
신작품 합평회가 있어서 빠지면 다음 모임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가도 되냐고 물었다.
데리고 있던 조카녀석하고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미루면 안되냐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합의를 보려 했지만 눈을 허옇게 홀긴다.
'에이 그만두자.........내팔자에 무신 모임은.............'
입을 빼어물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딸아이가 책임질테니 가라고 한다.
아무리 니가 빽이 세도 오늘은 아마 안될낀데 했다.
딸아이가 지 에비에게 전화를 건다.
아빠 그렇게 하시는거죠?.............
통과다...
딸아이가 외식을 하자고 한다.
난, 밥이 많으니 집에서 먹자고 그랬다
그 남자는 딸이의 손을 들어주고 고기굽는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고기맛이 고무줄 씹는 맛이다.
요즘 딸아이 빽 덕분에 편하다.
애로사항 딸아이가 앞장서서 해결하고 날아오는 총알 몸으로 대신 막아준다.
밍기적 대던 미결사항 딸아이가 결재판 들이밀면 그냥 도장 찍어준다.
내가 들이밀면 미주랑 고주알 핑게두 많두만.....
난, 빽도 없고 힘도 없다고 딸아이에게 다 일러 바치고 하소연 했다.
딸아이가 꺄르륵 넘어가는 시늉을 한다.
"엄마.......우리집에서 그래도 엄마빽이 제일 센거 모르세요?"
웃기는 녀석이다.
내대신 결재판 니손에 들려줄때 얼마나 비참한줄 니가 아냐고.......
"내가 무슨 빽이 있냐, 힘이있냐?........."
"엄마는 힘도 없고 빽도 없지만요..그대신 빽세고 힘있는 딸이 있잖아요.....호호호"
호가호위(狐假虎威)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