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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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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삐쳤다


BY 蓮堂 2005-02-02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삐치는 횟수도 늘었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사소한 일에도 곧잘 삐친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졌다.

그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시시콜콜 간섭이 늘어났다.

 

아침 운동 가자고 재촉을 한다

낯선 동서네 집에서 운동복 차림 갖추기가 쉽지 않았다.

운동화는 사이즈가 안 맞았고 양말은 동서가 아직도 자고 있어서 깨워서 찾아 달라기가 미안했다.

입고 간 롱코트는 격에 맞지 않아서 조카녀석 페딩잠바를 걸쳐 입었다.

 

그 남자가 잠바의 지프 올리라고 주문을 한다.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어련히 알아서 올릴까봐, 이 추위에.......

양말을 신어라고 한다

없다고 했더니 그럼 가지 말자고 주저 앉는다.

눈자위가 위로 솟구친 걸 보니 또 삐쳤다.

신고 온 부츠 신으면 괜찮다고 그랬다.

맨발로 얼어죽을 일 있냐고 버럭 성을 낸다.

안 갈거냐고 다잡아 물었다.

안 간다고 버틴다.

그럼 혼자 가지 머.....못갈까봐.....

가자고 사정할줄 알고 택두 없다.

 

혼자서 휭하니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가르는 추위가 볼을 후볐다.

아파트 뒤로 난 사잇길을 따라가니 아담한 암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손 모아 합장하고 방금전에 일어난 일을 눈감아 주십사하고  빌었다.

보령시와 절에서 마련한 약수대에서 물 한 바가지를 입에 쏟아 부었다

머리끝이 따가울 정도로 시리고 개운했다.

신고온 부추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산책길은 완만했고 듬섬듬성 만나는 생면부지의  산책인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주고 받았다.

집을 나설때의 구겨졌던 마음이 말끔하게 다려졌다.

 

뒤를 돌아 보아도 그 남자는 따라오는 기척이 없다.

예전에는 그 남자가 삐치는게 겁이 나서 전전긍긍 했었다.

이젠 겁 안난다.

내 간덩이가 부었는지 아니면 두려움에 대한 감정이 무디어 졌는지 몰라도 덤덤해 진다.

 

30여분을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갔다.

없다.

다른 방향으로 갔나 부다

차마 내뒤를 따라온다는 게 존심 상하고 쪽 팔렸을 거다.

동서가 쳐다보고 셀셀 웃는다

 

그 남자가 시퍼렇게 언 얼굴로 들어섰다

나를 보더니 개 머루보 듯 한다

나두 한다면 한다고 둘이 맞불을 놓고 눈에 심지를 돋우었다.

 

옷을 벗어서 팽게치듯 쇼파에 집어 던진다.

쇼파 끄터머리에 억지로 매달리던 옷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거칠게 발로 민다.

무언의 시위에 난 딴전을 피웠다.

 

화장실로 가더니 나를보고 이빨 닦는 시늉을 한다.

칫솔을 꺼내서 내밀고 있는 손을 무시하고 세면대 위에다가 던져 놓았다.

덤으로 면도기까지 찾아 주었다.

두번 걸음 시킬게 뻔하니까.

 

TV를 켠다.

재미도 없는 프로에 눈을 박고 꿈적도 하지 않는다.

리모콘을 빼앗아서 좋아하는 시사프로에다 고정 시켜 주었다.

힐끗 쳐다본다.

 

동서가 식사전에 입 운동 하라고 귤을 갖다준다.

한개를 까서 반개를 내밀었다.

손은 오지 않고 입을 내민다.

일부러 우악스럽게 한개를 통째로 몽땅 입에 쑤셔 넣어주었다.

볼이 비좁도록 우적거리며 잘도 먹는다

 

페널로 참석한 교육부의 어른이 그 남자의 비위에 맞았나부다.

맞장구 치면서 나를 돌아보며 동조를 구한다.

"맞아..저 양반 참 말 잘하네......안 그런가?"

피식 웃었다.

 

저 남자가 언제 삐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