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강가에서
억새는 산천에서
눈을 감고 봄을 기다린다
갈대는 버들가지를 바라보며
억새는 졸참나무를 처다보고
해 넘는 그림자를 헤아린다
갈대는 억새 같아도
손을 베이지 않고
억새는 갈대 같아도
손에 피를 내는걸 모르는
안경쓴 젊은이들로
강물이 붉어지고 있다
갈대는 서로 부비며 위로하지만
억새는 서로 부비면 상처가 나
갈대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살지만
억새는 산 자갈에 발을 뻗고 자라지
갈대 덮인 강을 걸어온 가슴들은
걸음이 얌전해
억새 가로막은 언덕바람 같은 거리
눈가루로 사랑을 만들어 뿌려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