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7월 21일, 고등학교 들어와 첫 여름방학을 맞았다. 소정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떠들어댔다. 혜란은 방학이 하나도 안 반가웠다. 공납금 독촉에서 잠시 해방되는 것만 빼고는. 사방이 꽉꽉 막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반지하에서 여름을 나기란 쉬..
7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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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그날 이후 혜란은 오로지 기말고사만 기다렸다. 정우오빠를 공식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두 달이 채 안 되는 그 기간 동안 혜란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그리움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때면 무작정 소정이네 집에 쳐들어가고도 싶었지만 꾹 참아..
6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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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다음날 소정이는 일찍 등교해서 혜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혜란아, 어제는 잘 들어갔어? 저녁도 안 먹이고 그냥 보냈다고 엄마한테 한 소리 들었어.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서두른 거야? 내가 뭐 잘못했나?” “아니야.......” “그럼 오늘 우리 집에 한 번..
5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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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5월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소정이는 수학이나 화학, 부기 같은 과목에 강해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의 질문을 받느라 정신없었다. 제 공부 시간을 다 뺏기는데도 소정이는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시험이 코앞에 닥치자 소정이는 혜란에게 자기 집으로 가..
4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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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그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준 건 소정이 뿐이었다. 소정이는 혜란의 수호천사 같았다. 맨 뒷자리라 칠판 글씨가 안 보이는 혜란을 위해 소정이는 자기만 알아보던 필체까지 바꾸었다. 글씨를 빨리 쓰는 습관을 고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매 시간 또박또박 필기를 해서 혜란..
3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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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984년 3월 2일, 혜란은 S여상에 입학했다. 교장은 T시에서 가장 취업이 잘 되는 학교에 입학한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은 상업과, 무역과, 회계과, 정보처리과로 각각 두 반씩 나뉘어졌다. 혜란은 상업과 1반이었다. 반 아이들은 모두 59명이었는데, 혜..
2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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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티파니에서 커피를 -프롤로그 나는 원래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이십대 초반에 직장 다니며 이런저런 사보에 글이 실리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손을 놓은 뒤 다시 펜을 잡은 것은 서른 중반 무렵이었다. 수필을 써서 여기저기 ..
1편|작가: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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