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엄마와 나를 위해 아버지가 평생 한 일이 무엇인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다아 성숙한 여인의 몸을 가졌음에도 교복에 쌓인 감성은 풀벌레와도 같았다. 굴러가는 가랑잎에도 우리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길거리 간판에 맞춤법 틀린 메뉴를 보아도, 우리는 허..
6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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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풋내기들의 사랑이 모두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당시의 진하와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넘쳐나는 행복에 취해버렸다. 고교 2년생들의 어린사랑은 무언으로 전달되는 빛나는 장래까지도 당연하게 이어져,나는 그것을 추호도 의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만남은 해를 넘기고..
5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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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처음의 아무렇게나 얽어매어 가축을 키우던 축사는 점점 규모가 커졌고, 작은 몸의 엄마는 읍내에까지 리어카로 음식점을 돌며 짠밥을 걷어 그 커진 규모를 그래도 감당하고 계시었다. 늘 아버지의 몫은 먼산을 바라보거나 때 되면 밥을 재촉하는 일 뿐이었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4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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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차라리 잘된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애쓰며 길들여 지려고 버둥댔던 2년의 시간은 내게는 없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아니, 그 2년 뿐만이 아니고 그 훨씬 전, 전부터 나는 없었어야 맞는 일이다. 엄마는 무얼하고 계실까. 깊게 주름패인 오그라진 늙은 몸을 뻗어 청자를..
3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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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나는 마주앉은 상미의 거므스레한 눈그늘을 쳐다보았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스물한살의 봄은, 상미의 얼굴 어느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침침하고 지린 얼룩이 곳곳에 상흔처럼 널려있는 호프집은 상미의 마음의 봄조차 앗아가 짙은 그늘을 만들었을 것이다. 상미의 그런 얼굴..
2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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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호프집으로 가는 길은 이제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턱을 밟아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꺽어서 열발자국. 다시 오른쪽으로 꺽어서 오십발자국. 두번째 오른쪽 골목의 발자국 수는 굳이 입속으로 세지 않아도 될 정도로 주위의 소음으로 가늠할 수 있을..
1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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