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도록, 아이들은 잠을 이룰 수 없어 했다.
크리스마스파티 생각에.
초대장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고, 장기자랑 연습을 한다.
우리 동네는 횟집,**수산, 식당... 대부분이 장사를 하는 집들만
항구를 따라 한줄로 대여섯 가구가 붙어 있다.
크리스마스라고 아이들만 들떠 있을 뿐, 하던 장사 놔두고 달리
어디 나갈 수도 없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 이 아이들 데리고, 저녁 사주러 나가 봤자
쏟아져 나온 사람들 틈에서 아이에게 '얌전히 있어라'
'뛰지 말아 라'하며 신경질만 부리다 먹는둥 마는둥 돌아올게
뻔하다.
작년,동네 아이들과 엄마들을 초대했다.
각 집에서 한가지 음식을 배달 시키고, 모여 앉아 아이들의 노래도 듣고 엄마들도 부르고, 아이에게 바라는 것, 엄마에게 바라는 것을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고,약속도 하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다.
다들 너무 좋았다고 하고,나 역시 뿌듯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이런 모습이겠지 생각하며.
올해는 좀 더 재미있게 준비해 보기로 했다.
내 딸은 이벤트회사 직원 같다.
초대장도 만들고,동화속 주인공 복장을 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내놓는다.
그래, 불꽃놀이도 하고 촛불의식도 하자.
패션쇼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엄마는 아이가 하는 것 보기만 해왔고,
아이들은 어른이 준비한 행사에서 맡겨진 일 만 해왔는데,
여기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기획하고, 어른들도 쑥스러움을 참고
같이 한다는 사실이다.
노래방에서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도 아이 앞에서,
노래하기 쑥스러워 한다.
내 아이에게 발표 못한다고 구박한게 미안해지고,
아이의 마음이 된다.
다 돌아가고 나면, 나는 온통 뒤집어진 집을 정리해야 하겠지만,
내 아이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됐지
그만한 수고야 마다 할까.
나의 어린시절엔 즐겁고 기뻤던 기억이 별로 없어,
아이의 어린시절에다 대고 보상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나의 어두운 유년의 기억 위에 ,이렇게 함으로써
밝게 덧칠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처럼 나도 가슴이 뛴다.
모두가 즐거워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