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을 노리는 도둑들
출근하자마자 책상위에 있는 핸드폰이 부지런히
떨기 시작한다
누군가 보았더니 친정집 전화번호다
"00이 엄마냐? 나다"친정엄마 전화다
"왠일이세요"하였더니
"바쁘지 않냐" 하면서
딸이 전화를 받을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괜찮다고 말씀하시라고 하자
속상한 애기를 하신다
그제 오후에 들에 일을 하고 왔더니 곳간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올 추수하기전까지 먹을 벼가마가 하나도
없이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다
출가한 아들딸 그리고 친정부모님까지 다섯가족이
올가을까지 먹을 곡식을 송두리째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친정엄마는 애써 태연하게 사람다치지 않고
또한 다른 것 없어지지 않았으니 다행이다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딸에게 헛웃음으로 걱정을 말라고 하시지만은
속이 많이 상하신 것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괜찮다고 엄마말대로 사람다치지 않고 다른 것
더 이상 도둑맞지 않아서 다행이다고 위로하고
이번주에 쌀한가마 사가지고 집에 대문을 어떻게 달아야 하는지
박서방하고 보러 가겠다고 위로를 하는데
갑자기 친정엄마 오빠에게 미안하단다
이마때쯤 오빠네 쌀 떨어져갔을텐데 쌀도 못주어서...
(아이구!! 저 지극정성한 아들사랑 그와중에도 아들네 쌀 떨어졌을
걱정이니....)
속으로 혀를 차면서
"엄마 괜찮아 오빠네가 뭐 밥도 먹지 못할만큼 어려워요"
"별걱정을 다해. 오빠가 연봉이 얼만데" 약간은 내목소리가
높았나 보다
한번 잊어버린 것이니 더 이상 맘쓰지 말고
도장이나 통장등은 꼭 따로따로 다시 보관하시라고 말씀드리고 나서
자식들 걱정말고 맘이나 편히 잡수시라고 위로를 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한동안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부모님만 두분이서 사시는 우리 시골친정집은 약간 허술하다
7년전에 아버지께서 과수원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작업 때문에 넓은 마당 한쪽에 창고를 지으시고
큰차가 마당으로 수월하게 들어올수 있게 대문을 달지 않는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집에서 기르던 개두마리를 송두리째 도둑맞고
속상하다고 개를 키우지 않는 것도 아마 도둑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여름 이쯤에는 시골사람들이 들에 나가 일하고
동네가 거의 텅비어버린 것을 아는 사람인것을 보니
아마 그 도씨도 시골사람이었을 것 같은데...
노인네들 먹을 양식까지 깡그리 훔쳐가는
야박한 도씨의 인생도 불쌍하게 느껴진다
남의집 일년치 곡식을
넓은 마당에 차를 대고 송두리째 다 싣고
가면서도 아마 양심의 가책은 눈꼽만치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골집에 뭐 훔쳐갈것이 있다고
그 흔한 열쇠하나도 채우지 않으셨던 친정부모님들께서
많이 놀라고 속상셨는지 대문다는 것 알아보겠다고 하면
예전같으면 그런 것이 뭐 필요있냐고 하셨을 것인데
한번 알아보면 좋겠다는 뜻을 은근히 비춘다
어째 나쁜 물들이 높은 철대문, 높은 블록담,
없는 시골에도 자꾸 퍼져나가는 것 같아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