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 가보니
예천에 가보니 특별하게 글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닌 내가 인터넷상에서 귀한 인연과 만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칠년 전쯤이었을까. 주로 가정주부들이 편하게 생활속이야기들을 옮겨 적는 공간이었다. 엉성하기만 한 나의 글을 격려하며 다가온 독자 한분과 대..
11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88|2009-05-06
삶의 향기 - 봄날이 간다
봄날이 간다. 봄날이 간다. 아무런 통보 없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쪽지하나 미리 건네준 적 없었다.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나는 여전히 묵직한 가슴을 끌어안는다. 저무는 계절의 뒤태를 마주하는 일에 끝내 면역되지 않는구나. 혹한을 이겨..
11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81|2009-05-01
가슴골 터럭하나
가슴골 터럭하나 분명 또 한 가닥 박혀있을 거다. 들춰보지 않아도 촉각이 한 곳으로 일제히 곤두서는 거기쯤이라는 걸 안다. 육감적인 몸매에 깊은 가슴 골짜기를 갖추고 있다면야 고개 끄덕여질 일이다. 허나 두루 뭉실 짤막한 내 신체엔 가당치 않은 ..
11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61|2009-04-30
야생화 이야기3 - 냉이꽃
냉이꽃 눈비 맞은 겨울 진액이 뿌리마다 모여 봄나물이 되었다. 겨울과 봄의 샛길에서 한 계절 굵은 금 그어주는 봄날 으뜸 전령사이기도 하다. 금방 뽑아 올려 흙만 털어내도 코끝으로 전해오는 봄의 향기. 엄동설한 이겨낸 핏줄들이 땅위로 납작하게 잎을 ..
11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99|2009-04-24
야생화 이야기2 - 별꽃
별을 담아서 “드디어 찾았어! 오늘 봤다구!” 날아가는 목소리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외쳤다. 유년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 한 것인 양 표정에 함박웃음 가득하다. 부랴부랴 컴퓨터 속에 꾸려온 사진 보따리를 펼쳐 놓는다. 곧이어 있어질 그의 호출에 ..
11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60|2009-04-22
푸념 한 사발 - 살아있는 ..
살아있는 게 기적 갈 길이 멀기만 하군요. 방송마다 연일 보도되는 것이 먹을거리에 대한 것입니다. 이젠 기사를 대하면서도 놀랍거나 흥분되지도 않으니, 기막힌 몹쓸 상황에 적잖이 적응(?)되었나 봅니다. 음식에 넣지 말아야 할 첨가물을 섞었다는 이야..
11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86|2009-04-21
푸념 한 사발 - 속해 어디..
속해 어디로 가요? 엊그제 금요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들의 인지학습치료가 있는 한 시간 동안은 신속하게 여러 일을 해야 합니다. 근처 마트에 가서 저녁 찬거리 사고 은행일도 봅니다. 문구점에 들러 아이의 준비물을 챙기는 일도 있지요. 우편물 발송하..
11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73|2009-04-19
살의향기 - 어설픈 이벤트에..
어설픈 이벤트에도 감동하라! 이틀 전부터 부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방에 들어가 둘만의 은밀한 대화를 속삭이는가하면, 저녁식탁에서도 눈짓으로 뭔가 주고받는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느라 고도의 연기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단 네 명의 가족 중 아들은..
11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59|2009-04-15
노란쉼표,
노란쉼표, 봄의 처음은 노랗게 시작되었다. 개나리와 산수유가 첫손님이었고, 산마다 노랑제비꽃, 양지꽃, 논둑에 애기똥풀도 노란빛이다. 학교 앞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봄볕 따라 노랗게 쏟아졌다. 고사리 손에 갓 부화된 생명이 단돈 몇 백 원에 팔아넘겨지던 날도..
11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5,182|2009-04-14
마릿골 24 - 보습 찾아와..
보습 찾아와라 야금야금 빼내올 것이 이제는 없다. 헛간이며 뒤란까지 눈을 부릅뜨고 돌아봐도 건져질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슬쩍 빼내어 엿 바꾸어 먹은 일이 열손가락 다 꼽아도 모자란다. 반쯤 들어있던 비료를 함지박..
11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01|2009-04-10
삶의 향기 - 촌놈남편
촌놈남편 간밤의 그림 한 컷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컴퓨터 앞에서 뭔가 써본다고 쪼그리고 있었다. 비데가 설치된 안방화장실을 찾아 남편이 서재 쪽에서 성큼성큼 걸어온다. 꼭 밤이어야 하고 뿌연 모니터 불빛만 있어야 글이 써지는 야릇한 습관이 있다. ..
10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21|2009-04-06
배추 볶음 탕?
배추 볶음 탕? 도대체 제대로 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도통 떠올릴 수가 없었다. “엄마! 나 그거 먹고 싶어. 오늘 저녁에 해줘요.” “뭔데?” “왜 있잖아. 배추에 돼지고기 넣고 새우젓도 들어가는 거.” 단박에 알아듣기는 하였다. 헌데 정확한 음식이..
10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01|200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