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간다.
봄날이 간다.
아무런 통보 없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쪽지하나 미리 건네준 적 없었다.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나는 여전히 묵직한 가슴을 끌어안는다.
저무는 계절의 뒤태를 마주하는 일에 끝내 면역되지 않는구나.
혹한을 이겨낸 얼음 땅에 새순 돋게 하고 마침내 꽃까지 피워냈던 장엄한 봄이 사그라지고 있다.
그 어떤 계절보다도 찬란한 뒷모습을 남겨둔 채 여름으로 숨어간다.
메마르게 적막해지는 가을 뒤 꼭지나 삭풍 휘몰아치던 겨울 끝자락에서 느끼지 못할, 봄의 마지막 그림이 넘치는 초록향연이다.
베풀어 놓고 간다.
연푸른 꽃다지 잎이 융단으로 깔리고 노랗게 안개가 피어오른다.
누구나 봄 뜰 안에 서면 한 폭 수채화속 주인공이 된다.
아지랑이와 너울거리며 어색한 웃음 짓는 누구.
그는 오랜 기억 속 첫사랑이 되었다가 이내 현실의 버팀목 남자가 되기도 한다.
산마다 초록병풍 겹겹이 둘러치고 오고가는 이들을 맞는다.
나이 잊고 탄성 질러내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기만 한다.
딸에게 손가락질 하며 가리켜본 봄 산.
솔직히 대단한 감탄사를 기대했다.
적어도 부족하나마 글 쓴다는 어머니와 국어교사라는 아버지를 두지 않았는가.
“우와! 완전히 무당개구리 등판이네!”
초록옷의 경계가 셀 수없이 여러 벌이라는 생각에 잠겨있던 내 뒤통수를 가격하는 말이다.
무당개구리라!
가히 신선하기도 한 표현이라 덧붙이자.
무당개구리 빛(?) 봄 산으로 해가 저문다.
하루 종일 들녘을 헤매던 해의 머리가 산꼭대기에 낮게 드러눕는다.
곧 음영 짙은 사이로 오랜 고목이 제 모습 세웠고,
나는 뒤돌아 가는 봄의 뒷모습을 내내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있었다.
무당개구리 등판 넘쳐날 여름 한 귀퉁이 들여보내놓고 나를 떠나는 중이다.
잘 가라 봄!
2009년 오월 첫날에
일찌감치 봄을 떠나보내며.